판교 가구당 5000만원 덤터기 쓸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판교신도시 입주자는 '봉'인가.

정부는 강남지역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판교신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판교 인근의 도로와 철도 건설 비용을 판교사업자에게 무더기로 부과하고 있다. 판교사업자에게 떠넘긴 이 비용은 바로 분양가에 반영된다.

◆ 부담액 1조5000억원=건설교통부가 13일 국회 건교위 소속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등에 따르면 판교 인근의 교통망 구축 사업비용으로 판교사업자에게 부과된 금액은 모두 1조5000여억원. 판교신도시 총 사업비 5조8931억원의 25%에 이른다.

토지공사.주택공사.성남시로 이뤄진 판교사업자는 이 비용을 건설회사 등에 매각할 토지비에 가산할 예정이다. 판교신도시 입주가구는 2만9700가구(공동주택 2만5649.단독주택 2664.주상복합 1387). 따라서 도로.철도 건설 비용으로 가구당 5000여만원을 내는 셈이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될 판교의 소형 아파트(전용면적 25.7평 이하) 분양가를 평당 900만~1000만원으로 예상한다. 가구당 5000여만원의 비용이 부과되지 않으면 평당 분양가를 150만원쯤 낮출 수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판교에 막대한 도로.철도 건설비를 부과한 것은 정부의 재원 부족과 함께 판교신도시 인기가 치솟아 분양가를 올려도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주먹구구식 부과'=판교신도시 인근에는 모두 12개 노선의 도로.철도가 건설되고 있다. 대도시권광역교통관리특별법을 근거로 판교사업자에게 분담된 건설비용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100%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비용분담의 원칙이 정해진 게 없어 사안마다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분담액이 44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영덕~양재 간 고속도로사업은 판교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기 전에 확정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용인 마구잡이 개발로 빚어진 교통난 해소를 위해 건교부가 2000년 4월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다. 반면 판교신도시는 2001년 12월에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됐다. 이 도로는 판교 개발 1년8개월 전에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3년 8월 재원 부족으로 이 고속도로 사업을 민자유치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정부 재정지원액을 전액 사업자에게 떠넘겼다. 이로 인해 흥덕지구 사업자도 14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2007년께 개통될 이 고속도로의 건설비용 49%를 내는 판교.흥덕 주민들에게 다른 곳 주민들과 똑같은 통행요금을 받을 계획이다. 1회 통행에 판교는 700원, 흥덕은 900원을 물린다고 한다. 주민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건교부 관계자는 "분담기준이 마련되진 않았으나 사업자가 부담할 수 있는 범위에서 부과한다"면서 "고속도로의 경우 판교.흥덕 주민과 용인.분당 주민들을 구분하는 게 어려워 요금을 일괄징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철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