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안 유치원’ 이르면 10월부터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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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기업에 다니는 전모(34)씨는 회사 내에 어린이집이 있지만 6살짜리 아들을 집 근처 유치원에 보낸다. “초등학교 입학을 고려해 어린이집 대신 공부를 더 많이 가르치는 유치원을 택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씨는 “출근 준비하면서 등교시키는 게 쉽지 않아 회사 내에 유치원이 생긴다면 그곳으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씨 같은 ‘직장맘’의 고민이 다소나마 해소될 길이 트인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직장 내 법적 보육시설로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상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이 직장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보육시설은 그동안 어린이집만 허용됐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27일 “자녀의 취학이 가까워질수록 교육 기능이 강한 유치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을 만들어도 법상 의무규정을 지킨 것으로 인정키로 보건복지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도 “어린이집은 0세부터 만 5세까지 모두 돌보는 반면 유치원은 만 3~5세만 다닐 수 있다”며 “유치원 설치와 함께 0~2세 영·유아들을 인근 보육시설에 위탁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면 직장 보육시설로 인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안은 최근 청와대·총리실 등과도 조율을 거쳤으며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제도가 바뀐다 해도 당장 직장 내 유치원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관계 법령에 의무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강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의무설치 기준에 해당하는 민간기업(464곳)의 52%가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10일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에서 직장 보육시설 미설치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명단이 실제 공개되거나 처벌조항이 신설되면 직장 보육기관이 늘어날 것”이라며 “직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어린이집 대신 유치원을 만드는 경우도 많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성탁·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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