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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27) ‘양떼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난하이혼다 파업 마지막입니다. 앞의 칼럼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혹 읽지 않으셨다면 다음을 클릭하세요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82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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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은 다시 돌았습니다. 파업 노동자들은 작업에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난하이혼다의 파업은 또 다른 파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이 사건이후 수 많은 기업에서 파업이 잇따랐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양떼효과'입니다. 이미 보도됐듯, 최저임금도 크게 올랐습니다. 중국정부는 또 2015년까지 임금 수준을 현재의 2배로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난하이혼다의 파업은 그만큼 영향력이 컸습니다.

파업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동향 출신 노동자들 중심으로 파업이 시작됐다는 점, 인터넷과 핸드폰이 무한 전파력을 갖는다는 점, 폭력은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점, 공회가 노동자의 편에 있지 않다는 점, 제3자의 개입으로 사태가 해결됐다는 점 등은 눈여겨 볼만한 일입니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정부는 노동자 임금을 단체협상으로 결정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내년부터는 아마 중국 전역에 임단협 바람이 불 것입니다. 갈등도 커지겠지요. 공회도 체질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공회 스스로 변하는 것도 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회의 역할을 재규정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쟁의권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임단협이 이뤄지고 공회가 쟁의권을 갖게 된다면, 그 후과(後果)가 어떨지는 잘 아실 겝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리샤오쥐안과 같은 신세대 노동자(新生代工人)들이 노동계급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신세대 노동자들의 특징은 ‘3고(高)1저(低)’로 요약됩니다. 그들은 부모 세대 농민공과는 달리 학력이 높고, 직업의 기대감이 높아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소비 성향도 높지요. 반면 소황제로 큰 탓에 참을성은 떨어집니다. 중국의 세계공장은 이들 80후, 90후 세대들이 채워가고 있습니다. 이번 난하이혼다 파업과정에서 그들은 조직력을 보여줬습니다. 뭉쳐야 산다라는 '계급의식'에 눈을 떴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이 퍼진다면 산업현장에는 격렬한 충돌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들 중국은 '1억 장의 셔츠를 만들어 보잉기 한 대를 수입하는 나라'라고 합니다. 노동우위를 일컫는 말이지요. 그 주역이 2억3000만 농민공이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30년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들어 놓은 주역입니다. 이들이 만들어 낸 저가 상품은 중국을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만들었고, 세계인에게는 소비의 안락함을 안겨줬습니다. 묵묵히 일하는 이들 농민공의 피와 땀이 중국을 만들고, 그리고 세계 경제질서를 재편한 겁니다.

그러나 신세대 노동자들은 이제 이제 노(no)라고 말합니다.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더이상 나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말라는 몸부림입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이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순종밖에 모르는 농민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구도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그들을 고용하고, 그들에게서 부가가치를 뽑아내야 할 테니까요. 변화하는 농민공들의 의식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피하려하는지를 헤아려야 합니다.

우리 기업은 80년대 말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노사분규를 경험했습니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압니다. 대만기업이나 일본기업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이 분야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취재를 해 보면 국내 투자기업들이 다른 어느 나라 투자기업보다 노무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텐진의 한 투자업체 인사과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성공적인 노무관리의 비결은 하나입니다. 노동운동의 흐름을 파악하고, 앞에서 기다리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제가 이 긴 칼럼을 통해 난하이혼자 파업을 살펴 본 이유이기도 합니다.

(알림1)
저희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창립 3주년 기념 포럼'에 많은 분들이 참석 신청을 해오고 계십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썬톤차이나센터의 연구주임 리청(李成)박사를 초청해 '21세기 중국 리더십의 향방'을 듣게 됩니다. 아직도 열려 있습니다. 참석하시는 분들에게는 저희 중국연구소가 발간한 서적도 드립니다. 저희 연구소 대표 이메일(jci@joongang.co.kr)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주제: 21세기 중국의 리더십을 묻는다(한영 동시통역)
-일시: 2010년 10월 5일 오후 2~5시(오후1시30분 등록)
-장소: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
-주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후원:㈜한국인삼공사, 동북아역사재단
-참가 신청: 성함( )
-희망 도서: 2010~2011 차이나 트렌드( ) or 공자는 귀신을 말하지 않았다( )
-회신 메일 주소: jci@joongang.co.kr (문의) (02)751-5243

난하이파업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처음 파업을 주도했던 탄즈칭(譚志淸)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 입시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라고 그 스스로 말합니다.

그의 후난성 동료였던 샤오샤오(小宵)는 귀향했습니다. 무엇을 할 지 고민입니다.

실습생 치웨이(戚威)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른 공장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창카이 교수는 협상이 끝난 뒤 베이징 연구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이번 파업이 중국 노동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리샤오쥐안(李曉娟)은 생산 현장에 남았습니다. 그에게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공회를 새로 구성하고, 이번 협상에서 처리하지 못한 근무연수 별 임금 재조정안도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그에게 진정한 파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중국 노동현장 곳곳에는 지금 제2, 제3의 리샤오쥐안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습니다.

한우덕
Woody Han

(알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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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자격 : 중국 진출 한국 기업(법인단위)
◆신청 마감 : 10월 7일
◆접수 문의 : ‘한・중 기업경영 대상’사무국(www.kita.net, 02-6000-5394)참조
중앙일보 중국연구소(http://china.joins.com, 02-751-5242)

(알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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