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주변 '수목 광장'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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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인 숭례문(남대문) 주변에 9월 들어설 숭례문 광장을 조경용 수목을 군데군데 심은 '수목광장'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광장 조성을 맡은 서울시 건설안전본부는 13일 "경찰이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 등이 열릴 경우 숭례문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광장 곳곳에 적절한 높이의 조경수를 심어 이를 방지하자는 의견을 최근 보내 왔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원래 숭례문 광장을 잔디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문화재인 숭례문 주변의 경관을 바꾸려면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위원 일부가 수목광장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사적분과위원회 정재훈(한국 전통문화학교 조경학과)교수는 "광장 조성 목적은 숭례문 주변을 과거 모습과 가장 흡사하게 재현하는 것"이라며 "성문 앞에 나무를 심는 것은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문화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도 "광장은 누구나,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공 공간"이라며 "집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문화재 보호나 관광객의 시선 등을 이유로 광장 집회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은 비민주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에도 시민단체들의 잇따른 대규모 집회로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이 훼손된다는 판단에 따라 잔디광장을 '공공용지'에서 집회시 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공용시설물'로 용도 변경을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숭례문 광장은 숭례문과 남대문 시장 사이의 차도를 없애고 그 자리에 잔디를 깔아 만드는 것으로 2500평 넓이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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