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는 생활 속 문화, 그릇만 바꿔도 음식 맛 달라집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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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호 20면

가회동 북촌의 ‘이도 갤러리(yido.kr)’는 생활도예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하 3층, 지상 3층의 건물에선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일반인을 위한 도예교실도 연다. ‘작품’에 음식을 담아내는 레스토랑과 카페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 초 이곳에 문을 연 이는 생활도예 1세대로 꼽히는 도예가 이윤신(52·사진)씨. 2년을 공들인 끝에 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가회동 ‘이도 갤러리’ 운영 이윤신 대표

“전통과 닿아 있는 도자기라는 아이템에 어울리는 곳이 가회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천천히 느끼고 만져보면서 쉴 수 있는 장소로는 여기가 최적인 거죠.”
이씨는 홍익대 도예과와 대학원을 마치고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원으로 유학을 갔다. 우리보다 생활도예가 발전한 일본을 보면서 그는 “부러우면서 안타깝고 분했다”고 한다. 20년 넘게 그릇을 굽고, 판매해 오면서 느낀 이런 아쉬움이 ‘이도 갤러리’ 탄생의 배경이 됐다.

우린 아직 음식문화에서 그릇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인식도 부족하고 훌륭한 우리 도예문화도 많이 안 알려져 있죠. 갤러리에서 작품을 단순 소개하는 것에 콘텐트를 더했어요. 여러 행사와 이벤트를 열어 일반인들도 현대 도예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열었어요.”

‘이도 갤러리’는 그가 “그릇을 만듭시다. 만듭시다. 씁시다”라고 앞장서 온 결실인 셈이다. 그래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지하의 아트 스페이스에선 한 달에 한 번씩 음악회가 열린다. 1년에 한 번씩 ‘만원 그릇전’도 연다. 수제품인 ‘작품’ 가격이 부담스러워 선뜻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다. 대기자 수가 50명을 넘는 도예교실은 문화강좌로 확장할 계획이다.

“좋은 그릇을 잘 쓰기 위한 강의를 생각 중이에요. 테이블 세팅이나 푸드 스타일링 같은 거죠. 음식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보는 것도, 맛도 달라지니까요. 강의 대상도 일반인과 음식 만드시는 분, 도예가까지 넓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가 처음 물레를 돌릴 때만 해도 ‘아름다운 그릇’은 감상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모셔둔 그릇이 아니라 밥상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담는 그릇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미덕도 실용성이다

“아름다움이 중요하죠. 작가의 독창성도 그렇고요. 하지만 생활 속의 그릇은 밥 먹고 설거지하고, 찬장에 넣고를 반복하잖아요. 당연히 편안해야죠. 예쁘지만 불편한 옷은 장에 넣어두고 안 입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개인 공방에서 처음 브랜드를 시작할 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따 ‘이도(李陶)’라고 상호를 지었다. 생활도예의 저변이 넓어지고 해외시장까지 염두에 두면서는 한자 대신 ‘yido’라고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릇 문화가 많이 성숙했지만 조금 더 욕심이 나요. 가정에서 식당에서 그릇을 문화로 보는 인식이 자리잡고,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러면 전통을 이어가면서 생활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대 도예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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