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보유 공식선언] 기분 상한 중국 대북 압박 나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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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기간 터진 북한의 핵 보유 및 6자회담 불참 발언에 중국은 당황한 모습이다.

중국외교부 반응은 딱 두 마디다. "(북한) 성명에 주목하고 있다.""6자회담은 계속해야 한다." 침묵에 가깝다. 침통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6자회담을 국위 선양의 계기로 삼아온 중국으로선 "회담에 무기한 불참한다"는 북한의 선언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특히 '인내를 갖고 북한을 대하자' '북한 핵무기는 확인된 게 아니다'며 미국의 강경태도에 제동을 걸어온 입장에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불쾌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시점 때문이다. 중국은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에 외국의 국빈 맞이도 피한 채 동면에 들어간다. 올해 춘절엔 지도자들이 민심을 다지기 위해 베이징을 비웠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아는 북한의 행위인지라 중국의 당혹감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관변 기구는 휴가 중이던 한반도 전문가를 긴급 소집해 북한의 발언 배경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중국이 걱정하는 것은 한반도 상황의 악화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선지루(沈驥如)교수는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한 만큼 미국이 이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겠다고 하면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은 안보리 회부를 미국의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북한 발언에 자극된 한국과 일본이 핵 개발에 나서면 동북아의 핵 비확산 체제가 위기를 맞을 것이란 점도 중국의 큰 우려다. 이렇게 되면 경제 발전을 위해 주변의 안정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중국의 현대화 전략은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된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 압박 수단은 경제 지원 중단이다. 곡물과 에너지의 무상 지원을 일정 기간 끊는 것이다. 중국은 2003년 북한을 미국.중국과의 3자회담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한동안 대북 에너지 공급을 중단한 적이 있다.

둘째 카드는 올해 북.중 관계의 현안인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의 방북 문제다. 후 주석 방북은 북한에 대해 큰 규모의 경제 지원을 하는 한편 고립된 북한 정권의 사기를 돋워준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중국은 방북 시점을 연기함으로써 북한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일단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주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인 왕자루이(王家瑞)를 북한에 보낼 계획이다. 북한의 속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자는 취지다. 중국의 대응 행보는 왕 부장이 돌아온 뒤에 구체화될 전망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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