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지자체 '막개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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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이 절차를 무시하고 개발사업 허가를 내준 데 대해 환경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환경부는 11일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 없이 각종 공사의 인허가를 내준 지자체 48곳과 부산국토관리청에 대한 직무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사전 환경성 검토와 관련해 직무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전 환경성 검토란 개발사업을 확정.시행하기 전에 환경 영향과 입지의 타당성을 미리 검토하는 제도로 2000년 8월에 도입됐다. 사전 환경성 검토 결과 사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주면 사업계획을 고쳐야 한다.

감사청구 대상은 200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적발된 68개 사업이다. 이 중 44개 사업은 해당 지자체(33개)가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 없이 인허가를 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된 지자체 중 경기도 화성시는 협의 절차 없이 공사 허가를 내 준 것을 포함해 모두 세 건의 불법 착공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 청원군은 자체 사업인 세 건의 도로 건설 사업을 사전 환경성 검토 없이 착공했다가 2002년 금강유역환경관리청에 적발됐다.

또 경남 밀양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하천 바닥 정리 사업을 진행했다. 밀양시와 같이 아예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공사를 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24건에 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전 환경성 검토 제도에 대한 자치단체 공무원의 인식 부족과 잦은 담당자 교체로 불법 착공을 방치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불법 착공 사실이 드러나도 광역자치단체가 기초자치단체를 고발하는 일이 별로 없어 이번에 감사를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으로도 환경단체 등과 함께 불법 착공 사례를 정기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현행 환경정책기본법에서는 사전 환경성 검토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하면 지방환경청이 공사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가 지자체나 개발사업자를 직접 제재할 수단은 없다.

환경부의 이번 직무 감사 요청은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법 착공 사례에 대해 환경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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