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긁어낸 자리에 새로운 색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85호 06면

석철주 작가의 39자연의 기억(The memory of nature)39(2010), acrylic in canvas, 60*60㎝

석철주(60·추계예술대) 교수는 ‘빼기’의 작가다. 남들이 보통 캔버스에 색을 계속 덧칠한다면, 그는 밑그림이 그려진 화폭에 직접 만든 혁필이나 죽필, 아니면 판화 도구인 스퀴즈로 긁어낸다. 도구에 따라, 긁어내는 속도에 따라, 긁는 타이밍에 따라 보이는 형상이 달라진다.

석철주 개인전- ‘자연의 기억’(오른쪽 아래), 9월 14일~10월 17일 서울 용산동 비컨갤러리, 문의 02-567-1652

“덧칠하는 이미지는 수정이 가능하지만 일필 휘지로 긋는 행위는 그게 안 됩니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원하는 모양으로 긁어내야 하기 때문에 먼저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행위가 선행돼야 하죠. 만약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으면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합니다.”

그는 다작의 작가다. “작업량만큼은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한다. “작업하다 죽었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어봤다”고도 했다. 그는 스스로를 ‘액션 페인터’라고 부른다. 그만큼 작업 과정이 역동적이라는 얘기다. 중앙미술대전 3년 연속 특선 경력의 그는 서양 재료를 통해 동양화의 자유 정신을 구현한다. 이번 18번째 개인전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지난해 특색이 산수화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었다면 올해는 평소 추구해온 풀 그림에 종이배 등 다양한 상징을 표출한 신작 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본관에 마련된 ‘아트 비컨 인 롯데 호텔’전에서도 그의 작품을 9월 말까지 볼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