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보유 공식선언] 국방백서가 밝힌 북한 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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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정부는 지난 4일 국방백서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백서가 가장 최근의 정부 입장이다. 백서는 "북한이 1992년 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이전에 추출한 10~14㎏의 무기급 플루토늄으로 1~2개의 핵무기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공개 인정한 것이다. 이는 2000년 국방백서에서 보여준 정부 판단과는 다르다. 당시는 "북한이 한두개의 초보적인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했다. 또 "그러나 정밀기술을 요구하는 기폭장치.운반장치의 문제로 핵무기 완성.보유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확대 해석을 막았다.

이 같은 정부의 북핵에 대한 평가의 변화에는 미국 측에서 제공한 정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핵물질인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확보▶이를 폭파시키는 고폭장치 개발▶최종 핵 실험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백서의 평가는 북한이 일찌감치 플루토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핵무기 제조 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의 추출도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수입해 시도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본다.

고폭장치의 경우 북한은 93년 핵실험 전 단계인 완제품 고폭장치 폭파실험을 이미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마지막 단계인 핵 실험을 한 징후는 없다. 지하 핵실험은 지진파 탐지를 통해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인접국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 당국은 실제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 생산은 가능하다고 본다.

문제는 92년 이전 추출했다는 '과거 핵'플루토늄이 아니다. 북한은 2003년 10월 영변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봉 8000여개의 재처리를 완료했다고 공언했다. 이 원자로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플루토늄이 늘고 있고, 고농축우라늄 의혹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보유 핵무기는 1~2기 이상일 수 있다. 핵무기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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