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보유 공식선언] 국내외 전문가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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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6자회담 불참과 핵무기 보유 문제를 언급하고 나서자 전문가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북한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회담 복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 고유환 동국대 교수=외무성 대변인의 성명 발표는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보유 선언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보니 (새로 출범한) 미국의 핵문제 해결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해 집권 2기 초반부에 이 같은 초강수를 둬 담판을 짓겠다는 표현이다. 이는 현 단계에서 가닥을 잡지 못하면 부시 집권 2기 4년 내내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북한 입장에서 볼 때 6자회담이라는 논의의 틀만 만들어놓고 미국이 '시간벌기'작전을 벌여 왔는데 북한은 더 이상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입장으로 봐야 한다. 아울러 북한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들이 4차 6자회담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때에 나온 돌발 선언이다. 상대의 허를 찔러 혼란에 빠뜨리려는 전술이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체제보장.경제보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실익이 없는 회담에 참가하기보다 완전한 체제보장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핵보유 선언을 통해 '우리는 이미 준비돼 있다'고 전제하고 미국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일단 신중하게 나오면서 외교적인 수단을 쓸 것이다.

◆ 노정선 연세대 교수=외무성 대변인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점은 의미가 크다. 최근 미국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중국에 전달했고 중국이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한 데 대한 북한 측 공식반응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발언은 현지 사찰 등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객관적 정황으로 미뤄볼 때 99.9%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는 핵무기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단언할 수 없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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