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000시대' 다시 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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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전 종합주가지수가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지수 1000시대가 곧 닥칠 것이란 낙관론이 무르익고 있다.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던 증권 전문가들은 설 연휴 이후에도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쪽으로 속속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에 지수 1000 돌파가 가능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지수가 1000을 넘더라도 반짝 상승에 불과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특히 10일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거부 발표가 단기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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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힘으로 940선 돌파=지난 7일 주가지수는 949.19로 마감했다. 지수가 940선 위로 올라선 것은 2000년 2월11일 이후 처음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주역은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손인 외국인 투자가들이었다. 지난달 중순까지 4000억원 이상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후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지난 7일까지 2700억원어치를 매입하는 등 지난달 중순 이후 증권거래소에서만 1조원 이상을 사들였다.

증권 전문가들은 연초 약세를 보이던 미국 증시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데다 이달 초 발표된 소비자 전망 지수 등 국내 내수 회복 조짐을 알리는 지표들이 나오면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달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지난 7일 정보기술(IT)업종과 증권업종을 대거 사들였다"며 "특히 증시 활황을 예상해 증권종목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초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유동 자금이 대거 증시에 몰려 수급 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다져주고 있다.

◆ 지수 1000시대 걸림돌은=증시 전문가들은 설 연휴 마지막날 돌출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4월에도 증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수 940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가 '중국 쇼크'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 꺾여버렸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당수 외국인이 장기 투자를 하고 있어 대규모 자금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북한 핵 문제가 증폭되고 장기화되면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굳이 북한 핵문제가 아니더라도 추가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과거 몇 차례 지수 1000선 돌파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 급증과 매수세 감소로 번번이 좌절했던 경험 탓이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일시적 상승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너무 빨리 오른 것도 부담이다. 종합주가지수의 경우 지난 14일 900선을 돌파한 이후 20여일 만에 7%가 올랐으며 코스닥도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무려 27%나 급등했다.

표재용.김영훈 기자

*** 자사주 매입 봇물 추가상승 기대 커져

최근 자사주를 사겠다는 대기업이 늘어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1200만주를 취득키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11일부터 오는 5월까지 6511억원 상당(전일 종가 기준)을 쓸 예정이다.

삼성물산도 이날 자사주 319만주(전일 종가 기준 453억원 상당)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으며, 포스코는 전날 자사주 174만3730주(3310억원 상당)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지난달엔 삼성전자도 올해 2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코스닥에서도 시가총액 15위인 디엠에스가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 주식 2만5974주(4억원 상당)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 같은 우량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증시 상승세에 힘을 더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대신증권의 함성식 책임연구원은 "현대.포스코 등의 자사주 매입은 일단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이들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인 만큼 업계 전반에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의 김성주 연구위원도 "기업들이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한 경영정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자사주 매입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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