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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장비 중고 시장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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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쓸 만한 물건은 웬만하면 이베이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 내다 팔거나 교환하는 구미의 절약정신과 재활용 문화 덕분에 중고 IT 장비를 취급해 먹고사는 회사는 지구촌에 2만 개 정도가 된다. 중고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유통으로 10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업체도 꽤 많다. 아틀란틱스·네트워크하드웨어·에포카·자이코·아비텍 등은 연매출이 3000억원 이상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런 사업이 미미하다. 한국은 신규 통신장비와 네트워크 장비 투자가 매우 활발한 나라에 속하지만 쓸 만한 장비가 재활용되지 못하고 상당 부분 고철 처리된다. 왜 그럴까. 우선 장비 유지 보수가 원활히 되는 생태계가 조성되지 못했다. 수요업체의 담당자들은 수년 정도인 장비 보증기간이 끝나면 혹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지는 리스크를 떠안기보다 새 장비로 교체하는 쪽을 택한다. 외국산 판매업자들도 유지보수보다는 신규 장비 구매를 유도하는 쪽이다. 선진국에선 중고서버 업체들이 보증기간 만료 제품을 값싸게 사들여 신규 제품 못지않게 수리해 되파는 시장이 형성된 것과 비교된다.

무엇보다 국내 중고 서버를 다루는 업체가 영세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필자가 몸담은 회사를 비롯해 에쓰엔에이·장비야·누리인프라 같은 토종 중고 서버·네트워크 업체들이 조금씩 내수시장을 늘려가고 있다. 올해 국내 중고 서버·네트워크 시장은 1500억~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장비 테스트와 품질관리·유지보수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좋은 물량이 나오고 중고서버 업체들이 이익을 낼 수 있다. 중고 서버·네트워크 제품은 라이프사이클이 길어 부품만 제때 갈아주면 오래 쓸 수 있다. 요즘 녹색성장 화두와도 부합하는 아이템이다.

최창근 마이트레이드마스터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