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서 등급 표시 없애 … 대학들 내신 자율산출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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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르면 2014년부터 도입하려는 고교 내신 절대평가 방식은 현행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서 내신 1~9등급 표시를 빼는 것이다.

대신 현행처럼 개별 학생의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이수 학생 수는 그대로 표시한다. 예전에 90점 이상은 수, 80점 이상은 우로 표기하던 ‘수·우·미·양·가’ 방식의 절대평가와는 다른 것이다.

고교평가제도 개편안을 마련한 경희대 지은림 교수는 “학생부에 기록되는 등급이 과열경쟁을 유발하면서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제도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2011년부터 고1에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선택과목이 늘어나는데 이수자가 적은 과목은 아예 등급 산출이 어렵다”며 “유리한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에만 학생이 몰릴 경우 흥미와 적성을 길러 주자는 교육과정 개정 취지도 퇴색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새로운 내신제도를 도입하려면 서둘러도 ‘2009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된 이후인 2014년에야 가능하다고 본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체육·미술·음악 과목에 대해 ‘우수·보통·미흡’으로 표기하는 평어 방식의 절대평가를 다른 과목으로 점차 확대할 예정”이라며 “과목별 성취 기준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과목을 언제부터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꿀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할 방침이다.

내신제도가 바뀐다면 대학들의 내신 반영 방법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은 그동안 주로 내신 등급을 써 왔다.

하지만 등급이 사라지면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내신을 산출하게 될 전망이다.

지 교수는 “등급이 없더라도 원점수가 절대평가 자료로 사용될 수 있고, 평균과 표준편차를 이용해 표준점수를 산출함으로써 과목 이수자들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다른 고교 출신으로 특정 과목에서 비슷한 원점수를 받은 학생들 간 성적을 변별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평균점수, 표준편차, 표준점수 등을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A·B고에 재학 중인 두 학생이 수학 과목에서 똑같이 90점을 받았더라도 두 학교 전체 학생의 수학 과목 표준편차나 평균 점수로 시험을 너무 쉽게 내 내신 부풀리기를 했는지, 상위권 학생이 많은 학교인지 등을 판단해 점수를 가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변화를 앞두고 교과부는 올 2학기부터 시범 학교에서 영어·수학 과목에 대해 기초·심화반을 운영하면서 등급 대신 이수 여부를 학생부에 표기토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 전문가는 “일선 고교에서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표준점수에서 다른 학교 학생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려면 교내 시험을 어렵게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학 중에는 해당 고교 출신 재학생의 과거 내신 등급까지 고려한 수식을 만들어 내는 등 각자의 방법을 찾아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시행되면 내신 비중이 축소돼 또 다른 대입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교조는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대학들이 내신성적 반영비율을 축소하고 본고사를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공교육이 황폐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대학들이 자체 기준을 마련해 내신을 산출하면 고교등급제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탁 기자

◆원점수=정답을 맞힌 문항들의 배점을 합한 값. 통상 100점 만점이다.

◆표준점수=개개인의 성적이 전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는지 보여 주는 상대적인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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