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넘긴 중국인 부부 “서로의 눈과 귀 돼 80년 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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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장무청(왼쪽)·쉬둥잉 부부. [차이나데일리 홈페이지]

“우린 사랑이 뭔지는 잘 몰라. 그래도 상대에게 해줄 일이 참 많지. 그래서 서로 싸울 시간이 없다오.”

중국 상하이(上海)에 거주하는 장무청(張木成·101) 할아버지와 쉬둥잉(徐東英·102) 할머니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백수(白壽)를 넘긴 이 부부는 이 부부는 다음달 결혼 80주년을 맞는다. 1930년에 백년가약(佳約)을 맺고 80년 해로(偕老)를 한 것이다.

관영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를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최근 이 부부가 중국 전체에서는 몰라도 상하이에서는 가장 긴 세월을 해로한 부부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상하이 근교의 100년 이상 된 낡은 집에서 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청나라 말기에 태어나 중화민국 시대에 부부의 연을 맺은 뒤 항일전쟁·국공내전·신중국건국·문화대혁명·개혁개방 시대를 모두 겪었다.

당시 풍습에 따라 중매 결혼한 부부는 혼례를 올리기 전까지는 서로 얼굴도 몰랐다. 때문에 장 할아버지는 “결혼한 뒤 서로 알게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슬하에 5남3녀를 낳으면서 바쁘게 살았다. 장 할아버지는 약재상이던 부친을 도우며 생계를 꾸렸다. 가난한 이웃에 공짜로 약을 주고 가족 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을 자비를 들여 묻어주기도 했다. 쉬 할머니는 남편의 이런 활동에 투정 한 번 안했다고 한다.

장 할아버지는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점포가 국유화되자 점원으로 일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쉬 할머니가 한 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황무지에서 채소를 길러 생계를 꾸리기도 했다. 장 할아버지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성실한 아내를 얻는다면 멋진 인생이 가능하다”며 가정과 8남매를 잘 돌본 부인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노부부는 사랑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냥 같이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부부는 “특별한 건 없고 다만, 손해 볼 줄 알고,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은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노부부가 서로 “당신(남편)은 나의 눈” “당신(부인)은 나의 귀”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장 할아버지는 눈이 어두워진 쉬 할머니를 위해 신문을 읽어주고, 쉬 할머니는 귀가 잘 안 들리는 장 할아버지는 위해 TV방송 내용을 일일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추절을 앞둔 요즘, 이 노부부가 가족 사랑의 의미를 잔잔하게 깨우쳐주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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