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복싱연맹 집행부 물갈이, 칼 빼든 체육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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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 아마추어 복싱선수들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길이 열릴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15일 태릉선수촌에서 이사회를 열고 국제복싱연맹(AIBA)에서 퇴출된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KABF)을 관리단체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KABF의 현 집행부는 물러나게 됐고, 대신 박용성 체육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관리위원회가 KABF 운영을 맡는다. 관리위원회는 30일 KABF 대의원총회를 열어 새 회장을 뽑기로 했다.

체육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복싱연맹의 경우 유재준 전 회장이 취임한 이래 임원 간 분쟁이 이어졌고, 신임 회장을 선출하라는 체육회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AIBA에서 제명돼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이 불가능해져 관리단체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KABF는 그간 AIBA와 갈등을 빚어오다 13일 ‘회원 자격 잠정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AIBA로부터 받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AIBA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한국 선수가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체육회는 KABF에 “하루속히 새 집행부를 구성하라”고 요구했으나 KABF는 14일 이사회에서 아시안게임 엔트리 마감일(9월 30일) 이후인 다음 달 5일 새 회장을 뽑기로 했다. KABF가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자 체육회가 관리단체 지정이라는 칼을 뽑아들었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AIBA도 조만간 한국에 대한 징계를 풀 것으로 보인다. 김호 AIBA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집행부가 물러났고 30일 새 회장이 뽑힌다면 AIBA도 한국 복싱이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회원 자격 박탈 조치는 AIBA 집행위원회에서 내린 것인데 집행위 소위원회에서 이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게임 엔트리 등록 기한(9월 30일)을 한국에만 조건부로 늦춰줄 수도 있다. 우칭궈 AIBA 회장과 이 문제를 논의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남녀 국가대표는 지난달 선발이 끝났다. 남자선수 10명은 현재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며, 여자 선수 3명은 바베이도스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중이다.

장혜수 기자

◆관리단체=대한체육회는 가맹 경기단체가 ▶지시사항 위반 ▶단체장 결원 ▶임원 간 분쟁 ▶재정 악화 등의 문제로 사업수행이 불가능하거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정책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을 경우 관리단체로 지정한다. 관리단체로 지정되면 경기단체 집행부는 해체되고 체육회가 업무를 대신 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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