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한나라 당명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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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당명 개정 작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충북 제천에서 진행된 당 소속 의원 연찬회 이틀째인 4일 박 대표는 "4.30 보궐선거를 치르고 5월께 당명을 개정하는 방안을 놓고 투표를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많은 의원이 "당명 개정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박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의 애인인 국민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나쁜 버릇 고치는 것뿐 아니라 더럽고 찢어진 옷도 바꿔 입어야 한다"는'새옷론'을 펴며 조기 당명 개정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반발했다. 김문수.이재오.박진.이방호 의원 등 10여명이 잇따라 "개정 시기를 못박고 투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당명을 고치려면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며 표결 처리에 반대하고 나섰다.

박형준 의원은 "대표 제안이 부결되면 지도부가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고, 이성권 의원은 "의원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대표가 이러면 오기정치란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당 지도부는 표결에 들어가지 못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처음에 "결론을 또 미룰 순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던 박 대표도 결국 김덕룡 원내대표 등 중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표결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표는 당명 개정 문제를 향후 구성될 당 혁신위원회에 맡겨 계속 논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연찬회의 최대 쟁점인 당명 개정 문제에서 박 대표가 어정쩡한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리더십이 상처받고 당 운영에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표직 연연 안 해"=박 대표는 이날 과거사 문제와 관련,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나로 인해 당이 부담스럽고 짐스럽다면 결코 대표직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시절 피해를 본 분들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사과했고 지금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찬회의 또 다른 핵심 이슈였던 과거사법 등 '3대 입법'문제는 '처리 연기론'(당 지도부)과 '2월 처리론'(수요모임.국가발전전략연구회)이 충돌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박 대표는 "당론을 재조정해야 하는 문제이니 의원총회에서 다시 논의해 전체 의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제천=김정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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