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전문 음반매장 연 평론가 황덕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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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가 낸 음반가게는 음악을 사고파는 공간입니다. 재즈 동호인끼리 영화시사회나 감상회를 갖는 '문화 사랑방' 구실도 했으면 싶었는데 벌써부터 애호가들이 가게에 진을 치기 시작해 은근히 놀라고 있습니다."

KBS 1FM에서 7년째 '재즈수첩'을 진행하고 있는 재즈 평론가 황덕호(40)씨가 지난해 말 서울 홍익대 앞에 재즈 전문 음반매장 '애프터 아워즈'를 열었다. 재즈 전문으로는 국내 1호다.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결성된 동호회 '재즈 인 블루' 등이 정례 모임장소로 이곳을 활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2년 전 음악애호가 박종호씨가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을 차렸다는 말을 듣고 부러웠어요. 아무리 음반산업이 사양길에 들어섰다고들 하지만, 괜찮은 재즈 음반 매장 한두 개쯤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해서 일단 저질러 봤죠."

황씨에 따르면 재즈강국 일본과 달리 한국의 재즈 열기는 미미하다. 그러나 열혈 팬들은 분야별로 꽤 된다.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씨, 영화감독 박찬욱씨, 서울대 정치학과 박상섭 교수, 정상준 을유문화사 상무, 소설가 장정일씨, 가수 송창식씨 등이 그들이다.

"17평밖에 안되는 작은 가게지만 20세기 초 재즈의 역사가 시작된 뉴올리언스 재즈를 포함해 희귀 음반이 적지 않습니다. 굳이 음반을 사지 않더라도 호방한 재즈 사운드를 공짜로 즐길 수 있지요. 재즈 라이브 카페의 분위기라고 할까요?"

황씨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소니뮤직에서 클래식 담당자로 활동하다 재즈로 '개종'했다. 3년 전 '그 남자의 재즈일기'를 펴냈고, 지난해엔 평전 '빌 에반스-재즈의 초상'(피터 페팅거 저)을 번역했다. 50년대 모던재즈의 명인인 존 콜트레인과 마일스 데이비스를 좋아하지만, 아방가르드 재즈에도 끌린다고 했다. 그에게 재즈에 빠진 이유를 묻자 "재즈에선 자유로움과 짙은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클래식과는 또 다른 맛"이라고 말했다.

글=조우석 문화전문기자<wowow@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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