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사실상 위헌 결정] 합헌 의견 낸 세 재판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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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권성.김효종 재판관 등 3명은 이날 소수의견을 냈다. 김영일 재판관과 권성 재판관은 "호주제는 고대 이래 조선 중기까지 이어져온 합리적인 부계(父系) 혈통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은 고유의 관습"이라며 호주제를 합헌으로 인정했다.

아내가 남편의 호적에 들어가는 원칙이 남녀 평등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 이들은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과 현실에 기초한 것이어서 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차별을 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1990년 호주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민법이 개정된 이후에는 가통(家統)의 계승자로서 상징적인 의미만 남았을 뿐 호주의 권리와 의무는 거의 사라진 점을 지적했다. 특히 "혼인과 가족관계를 규율하는 가족법은 전통성.보수성.윤리성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도식적인 평등의 잣대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함부로 재단함으로써 전통 가족문화가 송두리째 부정되고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호주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는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계승.발전시켜 날로 팽배해져 가는 물질주의와 개인주의의 폐단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점 등을 들었다.

김영일 재판관은 다만 자녀가 무조건 아버지의 호적에 들어가도록 한 민법 제781조에 대해서는 "어머니를 실질적으로 차별하는 셈이어서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효종 재판관은 "호주제의 골격을 규정한 민법 제778조는 합헌이지만 자녀가 아버지의 호적을 따르고, 아내가 남편 집안에 입적되도록 한 것은 남녀차별적 요소가 있어 위헌"이라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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