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과 친해지면 실력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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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현(용인 문정중1)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말레이시아로 어학 연수를 떠났었다. 영어가 서툴러 고생하던 허군은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산 영어책을 읽으면서부터 영어실력이 올랐다. 허군은 “영어책을 읽으며 배경지식을 쌓고 나니 흥미가 붙고 말하기에도 자신감이 생겼다”며 “요즘도 로마제국의 역사를 다룬 영어책을 읽으며 중간고사 대비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영어교육 이론가 스티븐 크라센(Steven Krashen)은 “Reading is Fundamental(독서가 기본이다)”이라는 말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독은 영어의 유창성과 정확성을 키워줄 뿐 아니라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YBM/ECC 교육연구소 윤세은 과장은 “영어책은 자연스러운 표현과 고급 어휘를 접할 수 있는 좋은 학습서”라고 말했다. 비상교육 리더스뱅크 정승원 수석 연구원은 “독서로 얻은 지식은 비판적 글쓰기를 할 수 있게 해주고 논리적인 말하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영어책과 친해지려면, 전체 텍스트 중 모르는 단어가 2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책을 골라야 한다. 두꺼운 책보다 얇은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이 성취감을 높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한국어로 읽었거나 영화나 드라마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의 영문판을 고르는 것도 좋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용으로 나온 전자책(E-Book)은 단어를 바로 찾아주는 기능이 있어 읽기 편하다.

영어책을 읽을 때는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발론교육 임양희 수석 연구원은 “책을 읽는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앞뒤 문맥으로 의미를 유추해보고, 다시 읽을 때 확인할 수 있게 형광펜으로 표시해두라”고 조언했다. 영어책은 반복해서 읽으면 학습 효과가 배가 된다. 첫 번째 읽을 때는 주제문을 파악하는데 초점을 두고, 두 번째는 모르는 단어 등 세부내용을 확인하는데 주력한다.

소리 내 책을 읽으면 반복되는 표현이나 문장이 입에 붙어 말하기 실력도 향상된다. 자기 목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으면, 뇌의 기억 영역을 넓혀 더 오래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 오디오 북을 활용하면 어조·분위기·내용 등을 파악하기 쉽고, 발음과 악센트·인토네이션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원어민이 읽는 속도에 맞춰 책을 읽게 돼 독해 속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내년부터 도입될 국가영어능력평가 시험의 독해영역은 긴 지문을 읽고 문제에 답하는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어서, 속독이 관건이다. 1분에 최소 150~250단어 이상을 읽을 수 있도록 읽기 연습을 꾸준히 해둬야 한다.

책을 읽은 후에는 핵심문장과 주제어 등을 찾아 책 내용을 요약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사실, 느낀 점 등을 첨가한 북 리포트(Book Report)를 만들면 그 자체가 훌륭한 독서 포트폴리오다. 등장인물의 특징과 성격에 따라 내용을 재구성해봐도 좋다.

[사진설명]허세현군은 영어책을 읽고 나면 모르는 단어를 따로 정리하고 내용을 요약하며 어휘력과 독해력을 키운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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