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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내 친구, 도마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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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요즘 애완용 동물로 도마뱀이 인기절정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입된 도마뱀은 2754마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희귀동물 전문업체 렙타일리아 배성찬 대표는 “도마뱀을 찾는 손님들이 어린이부터 40대 회사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도대체 도마뱀이 왜 좋은지,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최씨에게 물었다.

글=이정봉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촬영협조 렙타일리아

먹성 좋고 순한 비어디 드래건

사람처럼 눈꺼풀이 있고, 손가락도 다섯개인 ‘레오파드 게코’.

최씨는 2002년 용돈을 탈탈 털어 22만원짜리 비어디 드래건 새끼를 샀다. 요즘은 5만~8만원이면 살 수 있다. 비어디 드래건은 턱수염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다 자란 성체는 몸과 턱 주변에 뾰족한 가시가 돋쳐 마치 턱수염처럼 보인다. 하지만 새끼는 앙증맞다. 먹이를 주면 냉큼 받아먹고 허물을 벗으며 한 달에 손가락 한 마디씩 자란다. 녀석들은 잡식성이라 뭐든 잘 먹는다. 어릴 때는 귀뚜라미 등 곤충류를 좋아하지만 성체가 되면 채소를 즐긴다. 먹성 좋고, 쑥쑥 크는 녀석들을 키우다 보니 정이 들었다.

“지방대에 다니느라 자취하던 시절, 내가 고개를 까딱거리자 비어디 드래건 한 놈이 팔을 들어 빙글 돌렸어요. 외로운 시절을 이 놈들 때문에 견뎠죠.”

최진원씨와 그의 애완도마뱀 ‘레오파드 게코’의 다정한 모습.

비어디 드래건이 고개를 까딱거리는 건 수컷이 교미를 원하거나 자기가 더 세다고 으스댈 때다. 팔을 돌리는 건 굴복한다는 뜻이다. 2년쯤 키우니 손 위에 얹은 먹이도 덥석 받아먹기 시작했다. 최씨는 “도마뱀과도 교감이 가능하다”고 했다.

새끼 때부터 손을 탄 도마뱀은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는다. 험상궂은 생김새와 달리 비어디 드래건은 도마뱀 중에서도 성격 순하기로 유명하다. 사람을 물지 않는다. 성체 비어디 드래건은 50㎝ 정도로 크고, 움직임이 느릿느릿하다. 등은 까슬까슬했지만 옆쪽으로 난 가시는 따갑지 않다. 뱃가죽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도마뱀은 냉혈동물이 아니라 변온동물, 따뜻한 피가 흐른다.

난초 같은 재미, 레오파드 게코

‘비어디 드래건’ 새끼의 모습. 지금은 작지만 2년만 지나면45~60㎝까지 자란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애완용 도마뱀은 레오파드 게코다. 몸에 표범처럼 얼룩무늬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도마뱀 치고는 흔치 않게 눈꺼풀이 있어 게슴츠레한 눈이 귀엽다. 잡종교배를 통해 오렌지 빛을 띠거나 알록달록한 색이 나타나는 등 다양하고 화려한 색깔을 뽐낸다. 새끼는 4만~10만원, 성체는 20만원을 넘는다.

하지만 키우기가 쉽지 않다. 야행성인지라 온도와 빛 등에 민감하다. 29~33도 사이의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먹이를 거부하고 죽기도 한다. 움직이는 먹이가 아니면 잘 먹으려 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배변을 한 군데에만 하는 습성이 있어 깔끔하다.

최씨는 해외 사이트와 사육사 등에게서 키우는 법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야행성인 녀석이 낮 동안 숨어 지낼 수 있도록 플라스틱 박스를 엎어놓았고, 온도도 잘 맞췄다. 최씨의 레오파드 게코는 꼬리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다. 레오파드 게코는 꼬리에 영양분을 저장하기 때문에 건강할수록 꼬리가 두툼하다. 영양분이 저장된 꼬리가 잘리면 녀석에게는 치명적이다. 또 잘린 꼬리는 제대로 재생되는 게 아니라 뭉툭한 형태로 다시 날 뿐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꼬리 부분은 잡지 않는 게 좋다. 최씨는 “레오파드 게코를 기르는 건 난초 키우는 것과 같다”며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꿀 수 있다”고 말했다.



비어디 드래건-레오파드 게코 제대로 키우려면

●열 도마뱀은 변온동물이라 29~33도 정도의 높은 온도가 유지돼야 한다. 비어디 드래건의 경우 한 군데로 빛과 열을 모아주는 스폿램프와 UVB램프가 필요하다. 빛이 부족하면 척추가 휜다. 램프 빛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에는 돌이나 나무토막을 놓아둬 빛을 잘 쪼이게 해준다. 밤에는 등을 끈다. 레오파드 게코는 야행성이라 램프는 큰 필요가 없지만 적당한 조명은 필요하다. 어두운 곳을 좋아하므로 플라스틱 박스에 구멍을 뚫어 엎어두는 식으로 은신처를 마련해 준다. 바닥에 전기장판을 깔아주고, 녀석들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쪽은 28도 정도로 하고 다른 쪽은 32도 정도로 둔다.

●물과 영양 비어디 드래건은 잡식성이다. 새끼일 때는 귀뚜라미·밀웜 등을 주고 성체에 가까워질수록 채소류를 준다. 특히 신선한 채소의 잎을 잘 먹는다. 레오파드 게코는 귀뚜라미·밀웜이 주식이다. 둘 중 한 가지를 먹이다 질리기 시작하면 종류를 바꾸면 된다. 이 먹이만으로는 칼슘이 부족하기 쉽다. 멸치가루를 먹인 귀뚜라미를 주거나 칼슘 보충제를 먹여야 한다. 비어디 드래건도 반드시 칼슘을 보충해 줘야 한다.

TIP 도마뱀과 먹이ㆍ용품 파는 곳

도마뱀은 거미·뱀·쥐 등 희귀동물을 파는 전문점에서 살 수 있다. 귀뚜라미·밀웜 등 먹이와 나무토막·램프 등 사육에 필요한 용품도 살 수 있다. 한 마리를 사육하는 데 초기 투자 비용은 15만원 정도. ▶렙타일리아(www.reptilia.co.kr, 02-2698-0803) ▶모글리펫(www.mowglipet.co.kr, 02-990-7188) ▶굿사파리(www.goodsafari.com, 02-474-0906) ▶쩡글(www.jjungle.com, 070-8864-13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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