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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중년 남성, 소설 쓰는 젊은 여성 늘어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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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10년 제 11회 중앙신인문학상이 예심을 마쳤다. 시인·소설가를 꿈꾸는 문학청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하반기 최대의 문인 등용문이다. 8월 한 달간 접수한 결과 올해 시는 741명, 평론은 25명이 응모작을 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소설은 지난해보다 100편 이상 늘어난 902편이 몰렸다.

시인 권혁웅·김민정씨, 소설가 김도연·박성원·전성태씨, 평론가 김영찬씨 등으로 구성된 예심위원진은 3일 예심을 했다. 시는 10명, 단편소설은 16편, 평론은 12편을 각각 본심에 올렸다.

한국 문단의 새로운 기대주를 찾아내는 제11회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이 3일 열렸다. 시는 다채로워졌고, 소설은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평가다. 왼쪽부터 예심 심사 중인 김도연·전성태·김영찬·박성원·김민정·권혁웅씨. [김태성 기자]

중앙신인문학상은 종전 본지의 신춘문예의 시행 시기를 8, 9월로 앞당긴 것이다. 응모작의 소재와 수준, 응모자의 면면이 문학에 대한 열기, 요즘 한국사회의 주요 이슈 등을 반영한다.

시의 경우 전체적으로 응모자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중년 남성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치사회적인 소재를 다른 작품이 응모작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틀에 끼워 맞춘 듯한 신춘문예용 시도 감소했다. 시 문학의 본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셈이다.

소설은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충동적으로 투고하기보다 작가가 되려고 열심히 쓰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소재 면에서는 실업·불황 등 경제적 문제가 줄어든 대신 최근 우리 사회를 들끓게 했던 성폭행을 다룬 작품이 많았다. 평론 부문에선 소설가 김훈을 다룬 응모작이 많았다. 김훈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신춘문예용 시 줄었다”=권혁웅씨는 “노숙자, 버려진 가구 등을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 등을 그린 사회적인 테마의 작품이 여느 해보다 줄었다”고 평했다. 또 천안함 사건, 4대강 사업 등 인화력 강한 소재의 시 역시 드물었다. 응모 연령대는 높아졌다. 중년 남성이 느는 등 응모자가 다양해졌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려는 문학적 표현 욕구가 사회 전체적으로 증폭된 모양새다.

시의 형식도 다양해졌다. 서론·본론·결론 등이 구분되고 잠언도 적당히 끼워 넣은 신춘문예용 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응모자들의 개성이 훨씬 도드라졌다는 말도 된다. 김민정씨는 “상상력이 활달한 시, 내면을 성실하게 고백한 시, 말이 유창해 읽고 나면 예쁜 풍경화 하나 그려지는 시 등 다양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혁웅씨는 “하고 싶은 말을 남의 어법이나 문장에 기대지 않고 개성적으로 말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에서는 좀 아쉽다”고 평했다.

◆“소설, 수준 높아져 심사 어려웠다”=김영찬씨는 “예전에는 30% 정도는 엉터리였는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글 쓰는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상당 분량을 읽어봐야 알 수 있는 작품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시간이 더 걸렸다는 것이다. 박성원씨는 “장르적인 글쓰기 관습에 충실한 작품들도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소재적으로는 성폭행, 인터넷에서 만나거나 순전히 경제적 필요에 의해 동거하는 특이한 가족 형태 등을 다룬 작품들이 상당수 있었다. 전성태씨는 “응모자 연령별로는 19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생이 가장 많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20대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여성이 응모 주력군인 것이다.

2000년 1회 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김도연씨는 “상상력이 촘촘한 응모작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말했다.

평론 응모작들은 주제론보다 작가론·작품론이 많았다. 김영찬씨는 “한 작가를 한국문학의 큰 흐름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부족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신인문학상은 LG그룹, 중앙 m&b가 후원한다. 당선작은 본지 창간 기념일인 9월 22일 즈음 발표한다.

글=신준봉·이경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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