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뇌졸중 20%, 심장에 난 구멍이 원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뇌졸중 환자 10명 중 2명은 심장에 난 작은 구멍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송재관 교수와 신경과 김종성 교수팀은 2000~2007년 이 병원에 입원한 4543명의 허혈성 뇌졸중 환자 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심장질환에 의한 뇌졸중이 의심되는 1014명을 대상으로 경식도 심초음파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21%인 184명에서 난원공 개존증(PFO·Patent Foramen Ovale)이 뇌졸중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확인했다. 이번 논문은 미국심장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난원공이라 불리는 심장의 구멍은 태아가 산모 배 속에 있을 때 어머니와의 혈액순환을 위해 꼭 필요한 구조물이다. 사람이 태어나 호흡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닫혀야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난원공이 막히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난원공이 열려 있으면 우심방의 정맥 피가 좌심방으로 곧장 들어가 동맥혈과 섞인다.

송 교수는 “정화되지 않은 정맥의 지저분한 피가 뇌로 직접 들어가 혈전을 만들고, 이것이 뇌동맥을 막아 뇌졸중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난원공의 크기가 3㎜ 이상이거나 심방중격의 운동성이 뛰어날 경우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송 교수는 “약물 치료보다 난원공을 닫아주는 적극적 방법이 뇌졸중의 재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난원공을 폐쇄하기 위해 가슴을 직접 여는 수술을 했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므로 환자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혈관을 통해 카데터를 넣어 구멍을 막는 간단한 시술로 난원공을 교정할 수 있다. 상처 부위도 크지 않을뿐더러 3박4일의 짧은 입원기간이면 충분하다.

송 교수는 “심장의 작은 구멍은 뇌졸중 환자의 21%에서 나타날 만큼 흔한 현상”이라며 “뇌졸중 예방을 위해선 전문가의 세밀한 협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05년 집무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이스라엘 샤론 총리도 난원공 개존증이 원인이었다.

이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