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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스마트 도시’ 경쟁서 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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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스마트 도시는 지구촌 인구 증가와 도시 집중 현상에 따라 그 수요가 늘고 있다. 유엔이 2006년 발표한 ‘도시 수요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인구 82억 명 중 60%가 도시에 거주하며, 이를 위해 향후 100만 명 규모의 도시 3500여 개가 더 나와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은 앞으로 15년간 인구 100만 명의 신도시 300개를, 인도는 20년간 200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글로벌 스마트 도시 건설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한국도 스마트 도시 건설에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홈 등의 중간 단계를 뛰어넘어 스마트 도시 단계에 곧바로 진입하려는 나라다. 한국이 녹색성장의 한 전략으로 내세우는 스마트 도시 모델인 ‘U-시티’ 계획은 세계 최초의 ‘건설+ICT+에너지기술(ET) 복합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았다. 특히 2004년부터 ‘U-시티’라는 이름으로 ICT와 건설을 접목했고, 2008년부터는 에너지까지 결합해 글로벌 비즈니스모델로 발전시켰다. 게다가 신도시 건설과 기존 도시의 재건설을 분리하고 U-시티를 ‘시티(City)형’과 ‘타운(Town)형’으로 구분했다. 이를 도시 단위, 나아가 전국적 규모로 추진해 글로벌 시장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와 기술까지 보여줬다.

그런데 이런 국가적 미래 성장사업 추진이 주춤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한 원인일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론 추진 시스템에 한계가 노출됐다는 점이다. 민간 기업과 지방정부가 손잡고 주민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담는 ‘상향식’ 사업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프로젝트로 왜곡되면서 도시 전체의 디자인·운영·관리 등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급자 중심, 그것도 도시 관리자 중심의 접근 방식이 비효율을 낳고 있는 것이다.

국내 U-시티 건설비용에서 ICT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는 건 이런 불합리의 방증이다. ICT가 들어가면 분양가만 비싸진다는 답답한 시각까지 있다. 이처럼 공기업 주도의 건설 프로젝트로 추진되면서 세계 스마트 도시 경쟁에서 한국의 U-시티 모델이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할 지경이 됐다.

세계 스마트 도시 건설 시장은 신성장산업이다. 2013년에는 우리가 자랑하는 반도체의 시장 규모 2600억 달러와 비슷해진다는 추산도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뉴타운’ 건설 차원이 아니라 의료·교육·문화·금융·방재 등 관련 서비스를 두루 갖춘 명품 스마트 도시 건설에 힘을 쏟아야 한다. 또 해외시장에도 내놓을 수 있는 수출품목으로 가꿔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 기반을 가진 나라라면 선진국과 경쟁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

과거형 ‘건설’ 테마로는 미래를 꿈꿀 수 없다. 지금이라도 글로벌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를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닌 ICT와 ET로 승부하는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방석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