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 건물에는 직원 1900여 명과 이곳에 세든 보육원의 원생들이 있었지만 무장 괴한이 난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부분 대피했다. 그러나 이씨는 미처 피하지 못한 디스커버리 채널 직원 2명과 보안요원 1명을 붙잡고 건물 1층 로비에서 무장 인질극을 벌였다. 그는 NBC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3주간 폭탄을 제작했다”며 “내 몸에는 여러 개의 폭탄이 장착돼 있는데 내가 뇌관을 놓치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계 미국인 제임스 이가 1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의 디스커버리 채널 본사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에 사살됐다. 건물 주변에 있던 의료진이 긴급 출동해 들것을 끌고 병원으로 달려가고 있다. [실버스프링 AP=연합뉴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환경보호 문제로 디스커버리 채널에 불만을 가져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제작한 웹사이트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과 앞으로의 프로그램 편성 방향에 대한 주장이 가득했다. 그는 특히 “지구촌 인구 과밀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며 “디스커버리의 ‘헬스-TLC’ 프로그램이 출산율 증가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웹사이트에는 “더 이상 역겹고 기생충 같은 신생아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디스커버리 채널은 출산 장려 프로그램을 정지해야 한다”는 글이 실려 있었다. 또 디스커버리가 모든 전쟁 조장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국제교역, 공장 폐수 등 각종 문제점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2008년에도 디스커버리 채널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체포돼 2주간 수감되기도 했었다. 경찰은 가족 및 주변 인물들을 대상으로 인질극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이씨 가족들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인격 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지사=김기우·천일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