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쌍용 렉스턴2.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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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렉스턴의 고급스러움과 뛰어난 성능은 그대로 살리면서 가격을 내리고 유지비가 저렴한 2L 디젤 엔진으로 다운사이징한 렉스턴2.0.

지난달 새로 나온 쌍용차 렉스턴 2.0(RX4)은 현대 싼타페 더 스타일 2.0, 기아 쏘렌토R 2.0 디젤과 경쟁하는 모델이다. 렉스턴은 2001년 출시되면서 ‘대한민국 1%’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통해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했다. 기존 SUV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성능과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외관은 이탈리아 주지아로에서 맡아 시대를 앞선 디자인으로 평가 받았다. 당시만 해도 현대차는 이렇다 할 고급 SUV가 없었다. 기아는 쏘렌토가 있었지만 렉스턴보다 사륜구동 기능이나 편의장치에서 한 수 아래였다.

기존 렉스턴 고객들은 2.0 모델 출시가 반갑지만은 않은 듯하다. 차별화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대중 브랜드로 하향 조정됐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렉스턴은 이미 출시된 지 10년을 바라보는 노후 모델이다. 신차를 내놓기 어려운 쌍용차 입장에서는 가격을 내리고 유지비도 저렴한 2.0 디젤 엔진으로 다운사이징해 렉스턴을 구입하려는 고객층을 넓힌 셈이다.

렉스턴 2.0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기존 2.7L급 RX6보다 최대 350만원가량 싸졌다. 쏘렌토R보다 200만원 정도 저렴한 셈이다. 외관은 기존 렉스턴과 대부분 흡사하지만 실버 페인팅을 적용한 새로운 라디에이터 그릴과 18인치 대형 휠, 트윈 머플러로 차별화했다. 실내는 기존 렉스턴의 중후함과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접목됐다. 예전에 비해 마무리도 깔끔하다. 노사화합으로 거듭난 쌍용차 근로자들의 손길이 느껴진다.

2.0 친환경 디젤 엔진은 최고 148마력, 최대토크 33.7㎏·m를 낸다. 최첨단 배기가스 저감장치(CDPF 시스템)와 결합해 유로4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켜 5년간 환경개선 부담금을 면제받았다. 연비는 11.4㎞/L(3등급)다.

기존 모델보다 개선된 자동 6단 E-트로닉 변속기는 충격 없이 부드럽게 작동한다. 스티어링 휠 뒤쪽에 달린 시프트 패들로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경쟁 모델에 없는 장점이다. 시동을 걸면 렉스턴만의 정숙성이 느껴진다. 엑셀을 밟으면 2t에 달하는 무게로 인해 툭 튀어나가는 가속력은 느끼기 어렵지만 일반 도로 주행에서는 그다지 힘이 모자라지 않는다.

렉스턴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한 승차감이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요철을 제대로 소화해 낸다.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하는 3열 시트를 세우면 7명까지 승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새로 나온 경쟁모델에 비해서는 적재공간이 좁은 편이다. 가격은 고급형 2495만원, 최고급형 2655만원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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