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娘要嫁人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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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은 무슨 일이든 결국엔 시비곡직(是非曲直)이 가려져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사퇴하자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란 성명을 냈다.

반면 김 후보자는 트위터에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는 글을 남겼다. 중국 민간에 떠돌던 이 말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1971년 9월 13일 밤. 마오는 친밀한 전우(戰友)이자 자신의 후계자이기도 했던 린뱌오(林彪)가 권력 투쟁에 밀린 끝에 항공기를 이용해 달아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는다. 저우언라이(周恩來)가 격추하겠느냐고 묻자 마오는 탄식하며 말한다.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 그가 가도록 내버려두라(天要下雨 娘要嫁人 由他去)”.

낭(娘)의 뜻과 관련해 중국에선 두 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낭(娘)이 ‘아가씨(姑娘)’의 ‘낭’이란 것이다. 또 하나는 어머니의 ‘낭’이란 주장이다. 중국에서 ‘마마(媽媽)’는 영어의 Mother, ‘낭’은 Mom에 가깝다. 낭이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낭이 어머니란 주장과 관련해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주요종(朱耀宗)이란 인물이 있었다. 총명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 장원 급제하자 황제가 부마로 삼으려고 한다. 주요종은 정절을 지키며 자신을 키운 어머니에게 공을 돌린 뒤 어머니를 표창해 줄 것을 청한다. 집으로 돌아와 이 소식을 전하자 어머니 진수영(陳秀英)은 깜짝 놀란다.

아들이 크면 그의 사부였던 장문거(張文擧)와 결혼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진수영이 제안을 한다. “내 치마를 빨아 널도록 해라. 빨래가 마르면 개가(改嫁)하지 않을 것이요, 빨래가 마르지 않는다면 결혼을 강행하마”. 빨래를 준 날은 하늘이 맑았는데 이튿날 주요종이 빨래를 해 널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진수영이 말한다. “아들아, 비가 내리니 어미는 시집을 가는구나. 하늘의 뜻은 거역할 수가 없구나(孩子 天要下雨 娘要嫁人 天意不可違)”. 황제 또한 그의 개가를 허락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청문회에 임했다가 ‘비는 내리고 어머니는 시집간다’로 사퇴의 변을 밝힌 김 후보자는 자신의 낙마(落馬)를 하늘의 뜻으로 돌린 것일 게다.

유상철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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