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김정우·김두현, 이번에도 주전 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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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생 동갑내기(28세)인 김정우(광주 상무·사진 왼쪽)와 김두현(수원 삼성·오른쪽)은 초등학교 때부터 라이벌이었다. 김정우는 인천 부평동초등학교 ‘에이스’였고 김두현은 동두천초등학교에서 ‘축구 천재’ 소리를 들었다. 포지션도 미드필더로 같았다. 김두현은 “초등학교 때 전국대회에서 김정우를 처음 봤을 때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둘은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2004년 아테네) 대표팀에 나란히 뽑혔다. 올림픽에서 둘은 한국 대표팀 중원을 나눠 맡아 8강행을 이뤄냈다. 둘이 호흡을 맞춘 건 여기까지였다. 그 이후 둘은 경쟁자로 부딪쳤다. 2006 독일 월드컵 때는 김두현의 승리였다. 김두현은 월드컵 본선에 나간 반면, 해외 진출 문제로 소속 팀(울산 현대)과 갈등하던 김정우는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월드컵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2007년 아시안컵에서 김정우는 주전이었던 데 반해 김두현은 벤치를 지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박성화 올림픽 감독은 ‘와일드카드(올림픽에서 23세 이하 연령 제한의 예외 선수 3명)’를 놓고 김정우-김두현을 저울질하다 김정우를 택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김정우는 주전 미드필더로 맹활약했지만 김두현은 국내에서 TV중계를 지켜봐야 했다.

2007년 이래 김정우의 완승처럼 보였던 둘의 경쟁은 조광래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출발선으로 돌아갔다. 30일 국가대표 평가전 이란전(9월 7일·서울월드컵경기장) 소집 명단을 발표한 조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 한 자리를 놓고 김정우와 김두현이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조 감독은 “김정우와 김두현 둘 다 기술이 뛰어나고 영리하다.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중앙 왼쪽 미드필더로 두 선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 미드필더의 나머지 한 자리는 기성용(셀틱)과 윤빛가람(경남FC)의 경쟁 구도지만 아직은 경험에서 앞서는 기성용 쪽에 무게가 실린다.

7개월 만에 대표팀에 뽑힌 김두현은 “주전에 집착할 나이는 지났다. 경기에 못 뛰더라도 동료·후배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벤치에서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1기 조광래팀에서 빠졌던 김정우는 “대표팀에서 친구(김두현)를 만나게 돼 기쁘다. 아직 체력 면에서 100%는 아니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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