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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189> 복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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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한때 유행했던 로또 홍보카피 ‘인생역전’은 왜 조용히 사라졌을까요. 한국 최초의 복권(福券·Lottery)은 언제, 무슨 목적으로 발행됐을까요. 들여다볼수록 오묘한 복권의 세계가 여기 있습니다. 복권은 많이 팔려도 걱정, 적게 팔려도 걱정이랍니다. 시시콜콜한 복권의 역사에서 복권의 경제사회학까지 복권의 알파와 오메가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서경호 기자

Q: 복권은 언제 생겼나.

A: 동양에서는 기원전 100년께 중국 진나라 때 만리장성 건립 등 국방비를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고 전해진다. 서양의 아우구스투스 황제(BC 63년~AD 14년)는 로마 복구자금을 마련하려고 각종 연회에서 복권을 팔았다. 로또의 기원은 1519년 이탈리아의 제노바 지방의회 선거에서 후보자 90명 중에서 다섯 명을 제비 뽑아 선출했던 방식에서 유래했다. 운명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Lotto’가 복권을 의미하는 영어 ‘Lottery’의 어원이 된 것도 그런 연유다.

Q: 그 후 발전 과정은.

A: 16세기 들어 많은 유럽 국가가 재원 확보를 위해 복권을 승인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1569년 항구 재개발 자금 마련을 위해 영국 최초의 복권을 승인했다. 독일에서는 추첨식 복권이 1600년대에 함부르크에서 도입됐다. 유럽의 가장 오래된 정부 복권은 1726년의 네덜란드 복권이다. 18세기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의 여러 지방도시들이 교회·학교·교도소·도로·항구 등을 건설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했다. 이 복권 수익금은 컬럼비아·예일·하버드·프린스턴 등 명문 대학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Q: 한국 최초의 복권은.

대한민국 최초의 공익복권인 ‘올림픽 후원권’. 1948년에 열린 제16회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했다. 1등 상금은 당시 집 한 채 값인 100만원. 복권 왼쪽의 인물은 독립운동가 전경무로광복 직후 올림픽대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스웨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947년 5월 비행기로 이동하던 중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 [중앙포토]

A: 최초의 공익복권은 1947년 12월 제16회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올림픽 후원권’이다. 올림픽 후원권은 액면금액 100원, 1등 상금 100만원으로 총 140만 장이 발행됐다. 진정한 의미의 복권시장이 형성된 것은 1969년 구(舊)주택은행에서 발행한 정기 복권의 효시인 주택복권이 나오면서부터다.

Q: 복권은 사행산업인가.

A: 우연에 의해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과 손실을 준다는 점에서 사행(射倖)산업에 속한다. 하지만 복권은 무작위 확률 게임이다. 확률 이외에 게임에 이기는 방법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런 점이 카지노·경마 등의 사행산업과 다른 점이다. 복권위원회는 복권이 일반적인 도박이나 다른 사행업종에 비해 당첨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특성 때문에 중독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서도 복권은 당첨될 기회가 오로지 확률, 즉 운에 의해 결정되어야 하고, 경마·카지노 등 다른 사행업종과 같이 당첨을 위한 기술이 간여될 여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이 스포츠 토토를 복권에 포함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Q: 복권 발행은 왜 정부가 하나.

A: 복권 발행은 전 세계적으로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다. 다만, 복권사업 체계는 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정부 산하의 공법인, 또는 정부의 인가를 받은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형태가 있다. 우리는 2004년 ‘복권 및 복권기금법’을 제정해 복권 발행기관을 정부기관인 복권위원회로 통합 일원화하고 복권위원회로부터 위탁 또는 재위탁받은 자만이 복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복권사업으로 조성된 재원에 대한 사용 용도를 구체화했고, 1인당 복권 판매 금액 제한, 광고 사전 승인, 온라인 복권 이월 횟수 제한 등 과도한 사행성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만들었다.

Q: 복권 기금은 어디에 쓰이나.

A: 복권의 판매 수입금 중 50%는 당첨금으로, 10%는 복권의 발행 및 판매비용으로 쓰인다. 나머지 40% 정도가 복권 수익금으로 복권기금사업의 재원이 된다. 복권은 중산층 이하 서민층이 주로 구입한다는 점에서 역진성이 있다. 그래서 복권 기금도 주로 사회적 소외계층과 서민의 복지 증진에 사용된다. 복권 수익금의 35%는 의무적으로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10개 기관에 일정 비율을 배분(법정배분사업)하고, 나머지는 서민 주거안정 등 공익 사업에 사용한다. 법정배분사업의 경우에도 각 소관부처 고유의 사업에 사용하되, 소외·취약계층을 고려하여 사업을 선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법정사업의 배분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 조정하여 모든 사업을 개별 심사를 거쳐 선정하도록 해 기금 운용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Q: 복권이 많이 팔리면 뭐가 문제인가.

A: 복권은 사행심에 바탕을 둔 상품이다. 그래서 다른 재화나 용역처럼 과도하게 매출 증가를 추구하면 부담스럽다. 반대로 매출이 줄면 기금도 쪼그라들어 공익사업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힘들어진다. 많이 팔아도, 적게 팔아도 골치인 셈이다. 1990년대 초 즉석식 복권 과열, 2003년 로또의 폭발적 매출 증가로 근로 의욕 저하 등 복권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복권위원회 출범 이후 강도 높은 복권 규제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복권시장 규모가 줄었다. 로또 홍보도 ‘인생대박’이나 ‘인생역전’에서 벗어나 ‘행복 공감’ 등 복권의 공익적 기능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Q: 복권이 ‘자발적 성격의 준조세’라고 불린다던데.

A: 복권은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는 희생 없는 조세(Painless Tax)’이자 ‘이상적 재정수단(ideal fiscal instrument)’이라고 토머스 제퍼슨이 언급한 것처럼 조세 저항(Tax Revolt)을 일으키지 않고 재원 확보가 용이하다는 게 매력이다. 정치적 위험 없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Q: 연초와 주말에 로또가 많이 팔린다는데.

A: 로또의 2005~2009년 월별 회차당 평균 판매액을 보면 1~3월 470억원 이상으로 높고, 연말로 갈수록 낮아진다. 연초에 행운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요일별 판매량은 추첨 당일인 토요일에 41.2%로 가장 많이 팔리고 일요일에 2.0%로 가장 적게 팔린다. 추첨일인 토요일이 다가올수록 당첨에 대한 기대로 판매량도 증가한다. 로또는 발행 초기 게임에 대한 흥미 유발로 매출이 증가되나 일정 기간(3~5년) 경과 후에는 자동번호 선택 증가 등으로 인한 흥미 저하로 판매가 부진하다. 소위 ‘로또 피로도’ 현상이다.

Q: 복권은 어떤 종류가 있나.

A: 크게 추첨식 인쇄 복권, 즉석식 인쇄 복권, 온라인 복권, 비디오 복권 등 네 가지 형태다. 한국은 추첨식 인쇄 복권, 즉석식 인쇄 복권, 추첨식 전자 복권, 즉석식 전자 복권, 온라인 복권 등 다섯 가지를 운영하고 있다.

추첨식 복권(Passive/Draw Lottery)은 고대 로마 때 시작된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복권이다. 미리 인쇄된 번호의 복권을 구입해 일정액의 고액 당첨금을 소수가 지급받는다. 1등 당첨 금액의 크기에 따라 판매가 좌우된다. 유럽·남아메리카·아시아 등에서 여전히 지배적이다.

즉석식 복권은 미국의 매사추세츠주가 1974년 처음 발행했다. 복권 전면에 당첨 여부와 당첨 금액을 인쇄하고, 이 부분을 엷고 불투명한 라텍스 막으로 덮어 구매자가 동전이나 손톱으로 긁어서(Scratch-Off) 당첨 여부를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온라인 복권은 복권의 최종 구매자가 복권 판매장소에서 복권 발행시스템을 갖춘 중앙전산센터와 전용회선으로 연결된 복권의 발매 단말기를 통하여 직접 번호를 선택하거나 전산에 의하여 자동으로 번호를 부여받아 출력된 복권을 구매하고, 추첨으로 당첨번호를 결정하는 복권이다. 로또·넘버스·키노·토토가 대표적이다.

※참고자료: 복권위원회 발간 복권백서



숫자로 보는 복권

1조원 한국 복권시장은 2002년 온라인복권(로또) 도입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연간 수익금이 1조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2조4712억원 지난해 복권 매출액. 복권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3%다. 2008년 현재 한국의 1인당 복권판매액은 7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4달러에 비해 낮은 편이다.

2273억 달러 2008년 전 세계 복권시장의 규모. 지난 20년간 연평균 7.2%씩 성장하고 있다. 복권 종류별로 2002년 이후 로또는 전체 매출액에서 40% 전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하향 추세다.

95% 한국 복권시장의 중심은 로또다. 2004년 이후 로또는 복권 전체 판매액(스포츠토토 제외)의 95%를 차지한다. 나머지 5%가 인쇄복권과 전자복권이다. 특히 인쇄복권 비중은 2.6%로 세계 평균 인쇄복권 판매 비중(38.1%)을 훨씬 밑돈다.

814만5060분의 1 로또의 1등 당첨 확률. 우리는 45개의 숫자 중에서 소비자가 직접 6개를 선택(또는 자동선택)해 당첨번호와 일치되는 개수에 따라 등위가 결정되는 6/45 방식이다. 거액의 상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수퍼에나로또(6/90)나 미국의 파워볼(5/59+1/39)은 당첨확률이 각각 6억2261만4630분의 1과 1억9524만9054분의 1로 한국 로또보다 훨씬 낮다.

50.5% 한국의 2008년 복권 판매액 중 당첨금으로 배분되는 비율. 영국(45%)보다 높지만 미국(60.5%)·호주(58.4%)·캐나다·뉴질랜드(55%)보다는 낮다.

3억5000만원 로또 판매점의 연간 평균 매출액. 판매점의 매출 규모가 연간 100억원을 초과하는 곳이 있 다. 판매수수료는 매출액의 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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