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북한도 리비아처럼 핵 포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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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알 카다피(사진) 리비아 국가원수는 26일(한국시간) "북한과 이란도 리비아가 취한 핵 포기 조치를 그대로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이날 트리폴리 시내의 지도자 접견실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북핵 문제는 심각하고 위험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반 장관이 전했다. 카다피 국가원수가 우리 정부 고위관료에게 '북핵 문제의 리비아식 해법'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남북한은 어차피 한민족인만큼 평화적 통일을 이루길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반 장관이 '리비아 주재 북한 대표 등을 통해 기회가 될 때마다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하자 "지금도 북한을 설득하려고 노력 중인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은 무엇을 제공해줄 수 있느냐"며 '보상책'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경제 및 에너지 지원과 다자 차원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면담에서 반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안부인사를 전한 뒤 카다피 국가원수의 방한을 공식 초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이에 카다피 국가원수는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답했다고 반 장관은 전했다.

반 장관은 또 "한국 기업들은 대수로 공사 등을 통해 리비아 경제발전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에너지.건설 등의 분야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하게 되길 바라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카다피 국가원수가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카다피 국가원수는 "한국은 리비아의 좋은 친구"라고 화답했다. 지난 16일부터 알제리.탄자니아.케냐.리비아 등 아프리카 4개국 순방에 나섰던 반 장관은 리비아 방문을 마치고 28일 귀국한다.

박신홍 기자, 트리폴리=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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