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면허 따 준 ‘고향사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올 여름이 유난히도 무더웠지만, 어르신들과 저에게는 의미 있고 보람찬 여름이었습니다.”

노인들을 교육시켜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따도록 도와 준 김남(60·사진)씨의 말이다. 서울에서 예식장을 경영하면서 건축업을 하는 김씨는 사업을 자녀들에게 맡긴 채 6월 30일 고향인 전남 강진군 옴천면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노인 26명과 다문화 가정 여성 7명에게 오토바이 운전 이론·실기를 교습했다.

“어르신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지만 대부분 운전면허증이 없습니다. 순찰차를 보면, 단속에 걸릴까 봐 들판이나 산길로 피하더라고요.”

김씨는 옴천면 17개 마을을 조사, 나이가 많은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자 36명을 선정했다. 무면허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면 일이 복잡할 뿐 아니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도 오토바이에 대한 공부와 운전면허 취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살 날이 많지 않은데, 뭣 하러 면허를 따느냐” “글도 모르는데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고 손사래를을 쳤다. 설득 끝에 33명을 대상으로 7월 10일 교육을 시작했다. 이론은 핵심 내용만을 뽑아 정리한 자료를 나눠주고, 면사무소 회의실에서 매일 2시간씩 가르쳤다. 마을 공터 등에 굴절·곡선 코스를 그려 놓고 기능시험 연습을 시켰다.

그 결과 지난달 29일 강진경찰서에서 치러진 면허 시험에서 33명 중 29명이 필기시험을 통과했다. 24명은 기능시험까지 합격했다. 김씨는 낙방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계속했고, 26일 치러진 필기시험에서는 응시자 4명 중 1명을 빼고 합격했다.

김순심(72·여·연동마을)씨는 “젊은 시절부터 오토바이를 무면허로 타고 다녔는데, 김씨 덕분에 면허증을 따 이젠 당당하게 운전하고 다니게 됐다”며 좋아했다.  

이해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