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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살림은 정리다, 수납의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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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나카가와 히데코씨는 5층 장에 무거운 그릇들을 쌓아 둔다. 찬장 안에 넣어 두는 것 보다 찾기 쉽고 쓰기도 쉽다.

‘별로 사서 나르는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물건이 구석구석 쌓이는지…’ ‘그래도 꼭 필요한 물건은 왜 찾을 수 없는지…’. 평소엔 없는 것처럼 숨겨두었다. 필요할 땐 찾아 쓸 수 있는 수납 방법은 살림살이의 가장 큰 숙제다.

그래서 한국에 사는 수납 잘하기로 소문난 한국 거주 일본인 주부들에게 수납 노하우를 물었다. 그들이 전하는 4인 4색의 수납 방법을 소개한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선반장을 이용하세요, 원하는 그릇 단박에 찾죠  나카가와 히데코(44)

집에서 요리 강습을 하는 나카가와씨는 냄비·프라이팬·그릇·컵이 많다. 처음에는 부엌 한가운데에 벽장이 있는 식탁을 만들고 그 안에 보관했다. “사용할 때마다 무릎과 허리를 구부려서 꺼내고 넣는 게 힘들었어요. 주철로 만든 냄비는 너무 무겁고, 커다란 유리 샐러드 그릇은 깨질까 봐 조심스러웠죠.” 그래서 두 달 전 나무로 된 5단 장을 샀다. 무겁지만 자주 사용하는 그릇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고 눈에도 잘 뜨여서 원하는 것을 찾기도 훨씬 쉬워졌어요.” 먼지가 잘 묻는 유리컵과 도자기 접시들은 부엌 입구에 있는 커다란 벽장에 보관하는데 역시 작은 선반들을 사용한다. 그릇장은 위아래 칸막이 사이가 넓다. 그 때문에 유리컵을 한 줄로 세우고 나면 위에 공간이 많이 남는다. 컵을 포개서 층층이 쌓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와인 잔처럼 겹쳐 쌓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나카가와씨는 마트에서 파는 작은 선반을 이용해 벽장 안에 간이 이층장을 만들었다. “공간 활용이 커지고 과도하게 쌓인 물건을 꺼낼 때마다 쓰러질까 봐 걱정하는 일도 사라졌죠.”

철 지난 이불은 진공팩에 넣고 세워서 보관을  오사와 세이코(34)

철 지난 옷과 이불을 아래서 위로 쌓는 게 아니라 책장에 책을 꽂듯 세워서 보관한다. 이런 ‘세로 보관법’은 물건을 찾기도 쉽고 꺼내 쓸 때도 훨씬 편하다. 또 색깔별로 분류하기도 편하고 구김도 덜 간다. 요령은 이렇다. 두꺼운 이불은 진공 팩에 넣는다. 부피도 줄고 단단해져 세우기 편하다(사진). 장 안에 나란히 세워뒀다 날씨에 따라 꺼내 쓰면 된다. 서랍 속에 티셔츠를 세울 때는 3~4개를 넣고 책꽂이 같은 플라스틱 칸막이를 끼운 뒤 다시 옆에 셔츠를 세우는 걸 반복하다. 칸막이가 없으면 옷이 쓰러진다. “이렇게 하면 위에서 누르는 힘이 없어서 구김도 덜 가고, 색깔별로 분류해 두면 찾아 입기도 쉬워요.” 속옷과 양말은 작은 바구니에 담아 욕실 입구 화장대 밑의 빈 공간에 넣어둔다. 미니 봉과 천으로 커튼을 만들어서 가려두면 보기에도 깔끔하다. “샤워 후 제일 먼저 입는 옷이라 욕실 가까이에 두면 찾기 쉽죠.”

남편 정장용 구두는 틀을 넣어 팽팽하게  이자와 노리코(40)

6살, 9살인 두 아이와 남편까지 가족 네 명이 신는 신발이 좀 많다. 구두와 운동화에다 캠핑을 좋아해서 등산화도 있다. “처음에는 신발 박스를 버리지 않고 층층이 쌓아서 신발을 보관했어요. 그런데 안의 내용물이 보이지 않으니까 신발을 찾을 때마다 시간이 걸리고 불편했죠.” 신문을 단단하게 뭉쳐서 신발마다 넣고 윗면끼리 포개 놓는 방법도 써봤다. 하지만 신발의 형태만 망가질 뿐 효과적이지 않았다. “돈이 좀 들더라도 일본에서처럼 수납 도구를 사용하기로 했죠. 일본에는 빨래판처럼 각도가 기울어진 신발용 선반이 있어서 대부분의 주부가 사용하고 있죠. 한국에서도 찾아보니 생활용품 숍 ‘다이소’나 대형 마트에서 팔더군요.” 이자와씨의 꼼꼼한 신발장 수납 노하우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남편의 정장용 구두에는 신발 모양의 구두 틀을 넣어(사진) 주름이 잡히지 않도록 하고, 슬리퍼 등의 플라스틱 신발류는 한 켤레씩 비닐봉지에 분리해 보관한다. “수납에는 잘 쌓아두는 요령도 필요하지만 제품이 망가지지 않게 잘 보관하는 기술도 필요해요.”

씽크대 위 잡다한 물건은 투명 박스에 담아 벽장에   도모토 유미코(55)

부엌에 살림을 하지 않는 주방처럼 깔끔하다. 싱크대 위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색색의 향신료 병, 과일 바구니, 도마, 냄비 받침이 전부다. “냄비나 국자 같은 요리 도구들이 싱크대 위에 늘어져 있으면 정리가 덜된 것 같아서 불편해요. 눈에 안 보여야 청소가 끝난 것 같죠.” 밥솥과 커피포트도 싱크대 바로 옆 다용도실에 두고 쓴다. “사용할 때마다 다용도실의 문을 열고 닫는 게 번거롭지만 전기선이 보기 싫게 삐죽 나온 모습을 가릴 수 있거든요.” 전자레인지와 토스터에는 예쁜 문양의 천을 덮어두었다. 선물상자를 볼 때처럼 기분도 좋아지고 먼지도 덜 묻어서 좋다. 싱크대 위가 깔끔하니 벽장 안에는 상대적으로 여러 가지 물건이 쌓인다. “내용물이 잘 보이는 투명한 수납 박스(사진) 여러 개에 넣어서 보관하면 층층이 쌓아두기도 좋고 필요한 물건을 찾기도 쉽죠.”



일본 주부들의 ‘수납 법칙’ 8
덜 사라, 분류하라
미련 없이 버려라

네 명의 일본 주부에게서 배운 것으로 ‘수납의 법칙’을 정리했다. 보면 쉬울 것 같지만 판단과 실천력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1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면 미련없이 버린다

“살이 빠지면 입을 수 있을 거야” “고쳐서 입어야지”라고 생각하는 옷이 있다면 버리는 게 상책이다. 슬픈 일이지만 ‘나잇살’이 붙기 시작한 중년의 몸매는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냄비나 프라이팬 같은 부엌용품도 가만히 보면 늘 쓰던 것만 쓰고 있다. 그러니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면 버려도 좋다.

2 ‘1+1’ 상품에 현혹되지 말자

‘1+1’ ‘하나 더’라는 말에 속아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서 쌓아놓고 수납공간을 낭비하는 일은 피하자. ‘있으면 쓰게 된다’는 말도 있지만 구입한 지 오래된 고무장갑·랩 등의 제품은 쓸 때도 찜찜하다. 쇼핑할 때 ‘지금 당장 필요한 것’과 ‘지금 당장 없어도 되는 것’을 구분해 사는 습관이 필요하다. 시장 보기 전에 쇼핑 리스트를 적는 게 도움이 된다.

3 식재료는 조금씩 자주 사는 게 좋다

일본에선 한국처럼 큰 냉장고를 사용하는 집이 드물다. 매일매일 조금씩 장을 보는 게 일본 주부들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매사에 필요한 만큼 조금씩 구입하기 때문에 음식물이 남아서 따로 보관해야 하는 일이 없다. 그만큼 냉장고 속 수납이 단순해진다.

4 장소별로 필요한 아이템을 모아놓는다

화장대를 굳이 사용하지 않는 일본 주부들은 화장품과 헤어용품을 욕실에 모아둔다. 샤워 후 시간 순서대로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말리면서 필요한 제품들이라 이렇게 한 곳에 모아두면 편리하다. 속옷도 욕실에 두면 샤워 때마다 속옷을 챙기기 위해 침실로 오가는 동선을 줄일 수 있다.

5 비슷한 물건끼리 분류한다

물건을 ‘찾기’ 시작하면 이미 실패한 수납이다. 서랍 속 물건들은 플라스틱 정리함 또는 칸막이를 이용해 아이템별로 분류해 보관하는 게 좋다. 벽장 속 물건들은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한 통을 이용해 비슷한 종류끼리 모아둔다. 옷을 담아두는 수납 박스도 계절별 셔츠·스웨터·하의 등으로 구분해 담아두고 겉에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여두면 찾기 쉽다.

6 바닥에 물건이 떨어져 있지 않도록 한다

TV같이 덩어리가 큰 전자제품, 장식이 목적인 제품이 아니라면 작은 것 하나라도 바닥에 두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무엇이든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지저분해 보인다. 가능한 한 물건의 ‘집’을 정해서 해당 벽장과 서랍에 넣어두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효자손·리모컨·라이터 등 자주 쓰는 물건들은 바구니를 만들어서 한 데 모아둔다.

7 빈 공간을 없애라

옷장이나 벽장이 완벽한 시스템으로 구성됐다는 믿음은 버려라. 실제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죽은 공간’이 많이 보인다. 이 공간을 활용하려면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철봉 형태의 미니 선반은 휑하게 빈 옷장 위쪽의 빈 공간을 활용하기에 좋다. 옷걸이에 옷을 걸 때 아래로 늘어지는 길이를 맞추면 밑에 수납박스를 넣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옷장 문과 옷 사이의 공간도 옷장 문에 접착식 걸이를 붙여 스카프나 벨트를 걸면 유용하다.

8 아이디어 상품을 적극 활용하라

사람의 생각은 다 똑같다. ‘뭔가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물건은 이미 상품화된 경우가 많다. 아이디어와 도구가 없이 온전히 내 생각과 손으로만 정리를 하려면 금세 짜증이 난다. 수납을 돕는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도움을 받는다면 좀 더 현명한 수납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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