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그때 우리를 보던 일본인의 눈, 괘씸하고 부끄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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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선인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연구심이 풍부하지 않아(…)중국으로부터 배운 지식을 최선의 것으로 믿고 특별히 새로운 원리를 창안해 내고자 하는 욕구가 없다.” “신라시대에는 걸작을 남긴 장인의 미술적 수완이 있었으나(…)적어도 3백 년 이상 조선인은 심미적 정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식민지, 조선인을…』은 앞 장부터 이런 문장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조선의 문학과 예술은 빈약하고, 조선조는 퇴폐하고, 풍수설과 같은 미신을 잘 믿으며, 형식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썼다. 조선 총독부 관리들이 일종의 대외비 식민통치지침서로 숙독했다는 이 책은 경성제대 법문학부 교수였던 다카하시 도루가 쓰고 조선총독부가 1921년에 펴낸 『조선인』이 원본이다.

다카하시는 해방 후 일본에서 조선학회를 창립했는데, 국내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일제 어용학자로 꼽힌다.

책은 조선인의 정형을 사상의 고착, 사상의 종속, 형식주의, 당파성, 문약(文弱: 문의 폐해로 인한 약함), 심미관념의 결핍, 공사의 혼동, 관용과 위엄, 순종, 낙천성 등 10가지 특성으로 나눠 설명하고, 조선인 개조 문제를 논했다.

『조선인의 사상과…』 역시 조선총독부가 1927년에 펴낸 자료집 중 제20집을 번역한 것이다. 조선인의 성격 부분에는 이미 다카하시가 정리한 시각이 반영된 부분도 적지 않지만, 조선의 사회적 경향, 정치 및 경제사상, 신앙사상, 문화사상, 문예사상 등으로 나눠 분석했다.

『100년 전 일본인의 경성 엿보기』는 일본 저널리스트이자 조선사학자였던 지은이가 합병 전후 서울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 형식의 책을 옮긴 것이다. 보고서인 만큼 상세한 통계가 뒷받침되어 100년 전 서울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궁핍하고 무지하고 비위생적이었던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차·메이지초(명동) 등의 풍경이 생생하고 일본인이 서울을 야금야금 잠식하는 모습과 조선인에 대한 대우 등을 알 수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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