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에 촉각 곤두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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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경제의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에서 경기의 이중(二重)침체를 뜻하는 더블딥의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에선 부동산 거품과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점증(漸增)하고 있다. 일본은 엔화 강세로 경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유럽에선 미국과 함께 동반침체에 빠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던 세계경제에 다시금 침체의 먹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진다. 미국의 경기상황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기존 주택 판매가 지난달 전월 비해 27.2%나 줄어들어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막대한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고용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그 여파가 주택시장의 침체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고용 부진-소비 침체-부동산시장 위축-금융 불안이라는 악몽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엿보이고 있다. 찰스 에번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더디다”면서 “6개월 전에 비해 더블딥 위험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에서 더블딥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자 각국의 주가와 국제 원자재가격이 연쇄적인 폭락사태를 빚었고, 이 바람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금융·증권시장이 요동을 쳤다. 미국에서 더블딥이 현실로 나타나고, 여기에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와 긴축 전환, 유럽의 동반침체가 겹치면 세계경제는 다시금 동시 불황(不況)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여온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주요 수출상대국의 경기 부진은 우리나라의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고, 당연히 수출에 의존해 높은 성장률을 구가해 온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세도 꺾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로벌 더블딥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로선 위기 재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막연히 더블딥의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장밋빛 예단(豫斷)만으로 팔짱을 끼고 있기엔 한국 경제의 입지(立地)가 너무나 취약하다. 정부는 세계경제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일의 글로벌 동반침체가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우선 하반기에 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을 포함한 거시(巨視)경제 정책 전반의 운용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심화될 경우 국내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도 미리미리 강구해 두어야 한다. 정부가 하반기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각종 ‘친(親)서민 정책’들이 만일의 위기상황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규제완화를 통해 내수(內需) 기반을 다짐으로써 한국 경제가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체질을 강화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