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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통합, 지역주민 동의 얻는 게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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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전국 대학들 사이에서 통합 논의가 초미의 관심사다. 부경대의 탄생과 같이 대학-대학 간 (충남대-충북대, 경상대-창원대)뿐 아니라 대학-전문대학 간 (공주대-천안공업대), 대학-산업대학 간 (경북대-상주대, 부산대-밀양대) 등 다양한 통합 논의가 마무리되었거나 지속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역시 지난해 12월 28일 대학구조개혁 최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의 대학 통합 논의는 지나치리만큼 하향식으로 전개되는 듯해 심히 우려된다. 현재의 대학 위기가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하고 학부와 대학원 정원을 늘려온 일방적 교육정책에 기인한 것처럼 오늘날의 대학통합 논의 또한 제한된 정원 감축과 재정 지원에만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개혁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대학의 특성화와 자율경영 혁신을 위한 내적 구조개혁이다. 둘째는 대학 간 인수합병(M&A) 혹은 통합 등을 통해 경영을 혁신하고자 하는 외적 구조 개혁이다. 전자는 대학 주변의 급격한 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나 후자는 장기적으로 보다 신중하게 검토되고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통합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의 통합으로 이뤄진 부경대를 성공적인 통합 사례로 꼽고 있다. 하지만 강릉대와 삼척대의 통합 좌절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또한 10년 동안 733개 대학을 288개 대학으로 합병한 중국, 국립대학의 80%가 대학 인수합병(M&A)를 검토하고 36개 국립대학이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일본의 예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경우 단과대학들의 통합 추진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우리의 경우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난점이 많다.

대학 통합의 논의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 확보 문제다. 무엇보다 대학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주민까지를 포함하는 이해 당사자들의 동의 등 여론 조성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이 없을 경우 오히려 대학 내 또는 대학.지역 간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소모전을 야기할 수 있어 추후 대학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대학 통합은 통합 이전의 정지작업이 중요하다. 이 점에서 미국 미시간 주의 공.사립 대학 총장 및 학장들로 이뤄진 MCC(Michigan Campus Compact)와 같은 사례는 눈여겨 볼 만하다. 이 대학봉사 협의체는 총.학장들이 앞장서 해당 대학 학생들로 하여금 봉사 공동체를 이뤄 지역사회 개발에 참여토록 돕고 있다.

이처럼 지역 대학들이 연합하여 사전에 지역주민과 상호 교류를 증대시킨다면 대학 통합은 보다 큰 공감대를 형성하며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손종호 충남대 교수.국어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