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정비 동결 바람 속 경기의회는 “스마트폰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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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건비도 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난이 심한데 의정비라도 동결해 고통분담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대전 중구의회)

“요즘 선진 의정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도의원에게도 이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지급해 달라.”(경기도의회)

지방자치단체들이 극심한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상반된 지방의회 모습이다.

우선 재정난 극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의회가 늘고 있다. 올 의정비를 동결하겠다는 게 주류다. 2008년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의정비를 10% 이상 인상했다가 여론의 호된 몰매를 맞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북 부안군의회는 26일 내년도 의정비를 올해와 같은 의원당 3114만원으로 동결했다. 부안군의회는 지난해에도 의정비를 올리지 않았다. 경기도 의정부시의회도 내년 의정비를 올해와 같은 3865만2000원으로 동결했다. 이에 앞서 충북 음성군의회는 23일 의원간담회를 열고 내년도 의정비를 올해와 같은 3243만원으로 동결키로 결정했다. 음성군의회 정태완 의장은 “경기침체 속에서 군민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며 “의정비 수준이 전국 기초의회 가운데 하위권이지만 주민들이 ‘올려도 좋다’고 할 때까지 동결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26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하거나 잠정 합의한 지방의회는 서울 중구, 경남 거제·밀양시, 대전 중구 등 39곳에 이른다. 내년 의정비는 10월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재정이 어려운 자자체가 많아 동결이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로 대전 5개 구 기초의회 의장들로 구성된 ‘대전시 자치구의회 의장협의회’는 조만간 모임을 열고 구청의 재정난 극복을 위해 의정비를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의정비 동결은 행정예산 절감효과도 있다. 집행부가 의정비를 조정하기 위한 심의위원회 구성이나 공청회·여론조사 등의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강철식 예산담당관은 “의원들의 자발적인 의정비 동결로 심의위원회 구성과 여론조사 등에 필요한 예산 500만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지방의회의 의정비 동결에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의정비 삭감을 미리 막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최진아 부장은 “의정비를 동결하면 심의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다는 맹점을 이용해 2008년 대폭 인상된 의정비를 계속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매년 한 번씩은 무조건 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정비가 적정선에서 책정됐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비 동결은 고사하고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까지 지급받는 의회도 있다.

경기도의회는 도의원 131명 전원에게 10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일괄 지급한 데 이어 1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스마트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게다가 도의회 사무처는 의원들의 스마트폰 이용료까지 대납을 검토 중이다. 이는 6월 14일 도의회 초선의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일부 의원이 트위터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지급을 집요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일부 의원이 여러 차례 스마트폰을 요청해 지급하기로 했다”며 “일부 신청 의원에게만 지급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예상돼 전원에게 지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도의회는 7월 초 도의원 전원에게 1억3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개인 노트북을 일괄 지급했다.

서형식·황선윤·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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