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8주년 전문가 인터뷰 <하> 외교안보연구원 김흥규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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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은 객관적 실체인 만큼 중국을 더 이상 변수(變數)가 아닌 상수(常數)로 재인식할 때가 됐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손잡는) ‘연미연중(聯美聯中)’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

한국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인 외교안보연구원 김흥규(47·사진) 교수는 중국을 보는 한국의 시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중 수교 18주년(24일)을 맞아 “미·중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와중에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중국이 서해를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처음으로 지목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의 현주소는.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급속한 성장기를 지나 성숙한 단계로 가기 위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한국은 중국의 미래에 불안해 하고, 대북 정책에도 불만이다. 중국은 한국 외교가 중국을 홀대하고 한·미 동맹 중심으로 대외관계를 풀어나간다고 본다.”

-천안함 사건이 터졌지만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작동 못 했는데.

“(2008년 5월에 체결한) 그 관계는 현상을 반영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도달하길 희망하는 목표였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자 양국 모두 각자의 방식에 집착했다. 더 긴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다.”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심했는데.

“중국 외교가 추진해온 ‘책임 있는 대국 외교’와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이해’가 천안함 사건으로 상충하면서 중국도 딜레마에 직면했다. 결국 중국은 천안함 문제가 북한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한국과의 관계가 희생되는 것을 피하려고 안보리 의장성명에서는 타협했다. 중국은 6자회담을 재개해 천안함 사태 국면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고 있다.”

-중국이 한·미 군사 훈련에 반발했는데.

“서해 군사훈련 계획이 알려지면서 중국 군부의 입김이 강화됐다. 강대국에 대한 향수가 강한 전통주의 세력이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군사훈련을 계기로 천안함 사건의 주체가 남북에서 미·중으로 변질됐다.”

-천안함 사건이 준 교훈은.

“우리의 선호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이 한국의 대외정책뿐 아니라 앞으로의 진로에서 항상 상수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를 갈등과 불신보다는 협력으로 가꾸어 나가는 것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다.”

-앞으로 한·중 관계를 전망하면.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북·중 동맹과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고정된 것으로 이해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의 이해를 잘 활용한 대(對)중국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의 한·중 이간계(離間計)에 넘어가면 한·중 모두 손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김흥규 박사=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미시간대학 정치학 박사. 2005년부터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로 일하며 한·중 전략대화에 참여했 다.

양국 수교 18주년 전문가 인터뷰 <상>중국 외교부 CIIS 아·태 안보센터 위사오화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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