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의주 대홍수 … 인도적 차원 긴급지원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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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식량난으로 허덕이는 북한 지역에 수마(水魔)까지 덮쳤다. 압록강이 범람(氾濫)해 신의주 일대, 특히 북쪽 위화도는 살림집과 농경지가 100% 침수되는 등 쑥대밭이 됐다고 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내보낸 피해 사진을 보면 상황이 꽤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남측 주민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이 겪고 있을 고통은 안타깝지만 이를 북한 정권과 분리해 바라볼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의견이 엇갈린다. 긴급구호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천안함 제재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번 수해는 명백한 자연재해다.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인도적 지원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 물에 빠진 사람은 일단 구해 놓고 보는 것이 인도주의 아닌가.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대북 지원을 중단하면서도 정부가 영·유아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북측 적십자 등과 접촉해 긴급한 구호물자를 파악해 지원에 나서는 게 옳다고 본다.

이와 별도로 대북 식량 지원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당·정·청 모임에서 재고 쌀을 풀어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도 어제 청문회에서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아직 정부 내에서 강한 만큼 쉽게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부족분만 130만t이라고 한다. 홍수까지 겹쳤으니 더욱 심각해질 게 뻔하다. 천안함 공격에 해안포 발사, 대승호 나포 등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터에 당장 대북 식량 지원을 재개하는 데는 분명 무리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본격적인 식량 지원은 좀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더라도 신의주 대홍수에 대해서만큼은 특단의 조치로 긴급지원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