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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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백두산 눈썹 높이에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네

산나리 엉겅퀴 들국화

제 키를 낮춘 꽃들이

제 모습 잃지 않고 피어 있었네

나무들이 서 있을 수 없는 곳

돌멩이도 옮겨놓는

바람에 맞서(…)

잠자리 한 마리

기다리고 있었네

-이상묵(1940∼) '백두산의 들꽃들' 부분

백두산 꼭대기는 한여름 두 달을 빼놓고는 항상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고 한다. 바람을 막아주는 지형지물이 없기 때문에 강풍이 끊임없이 불어온다. 그래도 키작은 들꽃들이 곳곳에 피어 있어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천지(天池)를 찾아갔던 한 친구는, 이 청정한 화산호가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꼈다고 한다. 얼마나 더 기다리게 할 것인가.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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