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월街 망신살 5인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연말은 경제예측가들에게 피곤한 시간이다. 한해 동안 내놓은 예측에 대한 결과가 그대로 드러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의 하나인 ABC는 올해 미국에서 가장 어리석었던 경제예측 다섯가지를 인물 중심으로 추려냈다.

◇애비 코언=골드먼 삭스의 애비 코언은 올해 미국 증시에 대해 일관되게 낙관론을 펼쳤다. 1990년대 말 주가급등을 예견해 이름값을 높였던 그녀는 올해 초 연말의 다우지수를 11,300으로 예측했다.

그러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지난 10월 전망치를 10,800으로 낮췄다. 그러나 27일 다우지수는 8,300선을 간신히 방어했다. 올해 거래일이 아직 이틀 남아 있지만 그녀의 전망은 이미 한참 빗나간 것이 확실하다.

◇조지 소로스=퀀텀펀드 회장인 '투자의 달인'조지 소로스는 세계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UA)의 주식을 2백만주나 샀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 항공사가 미국 정부의 도움으로 파산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소로스가 모험적 거래를 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그에게 적잖은 손실을 안겨줬다. 미 정부는 UA가 신청한 18억달러의 빚 보증을 거절했고 회사는 지난 9일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말았다.

◇마리아 라미레스=지난해 부동산시장을 정확히 예측해 월가에서 몸값을 높였던 마리아 라미레스는 올 초 "미국 주택경기 활황세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이어진 금리인하의 효과가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11월 신축주택 판매실적은 연간 기준 1백7만채로 최고 기록을 세우며 그녀의 말을 우습게 만들었다.

◇폴 오닐=올해 미국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던 전문가들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대부분 침묵했다. 그런데도 그동안 미국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지난 9월 중순에도 그는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3∼3.5%에 달할 것으로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11월 실업률이 껑충 뛰면서 그를 궁지로 몰았다. 이후 그에게 남은 일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사표를 내는 일이었다.

◇버나드 에버스=사실 이건 예측이 아니라 거짓말이었다. 지난 2월 미국 2위의 장거리전화회사인 월드컴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인 버나드 에버스는 "월드컴은 굳건한 소비자 기반과 견고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파산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6월 말 40억달러의 회계장부 조작사실이 드러나 검찰과 증권 당국의 조사를 받았고, 결국 7월 말 파산신청을 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