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 찍어 추천한 CNN의 배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내년에는 다음과 같은 7개 종목이 가장 유망합니다."

당연히 사도 좋다는 뜻이다. 뉴스생산 전문회사인 CNN이 발행하는 금융전문 잡지 '머니 매거진'이 며칠 전 '2003년 베스트 주식'으로 선정한 종목들이다. 이 잡지는 주식분석가·경제학자·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들 종목을 뽑았다고 밝혔다. 월가의 그 많은 주식 가운데 어떤 종목이 무슨 근거로 선정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7개 종목과 선정 이유는 대강 이렇다. ▶델=올해 컴퓨터시장이 침체에 허덕였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면 더욱 눈부신 성장이 기대된다. ▶질레트=내년에 나올 신제품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듀러셀 등 배터리사업도 호전될 전망이다. ▶휴이트=건강보험과 관련된 데이터 가공·처리가 주업무인데, 꾸준한 매출증대가 예상된다. ▶노던 트러스트=부자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투자회사인데 비용절감 능력이 뛰어나다. ▶노스롭=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장 주목받는 방위산업체다. ▶필립 모리스=주가수익률(PER)이 8배로 낮고 배당수익률은 7%로 높은 것이 강점이다. ▶웨이스=올해 주가가 크게 떨어져 대형 제약회사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 보도를 접하면서 궁금증은 벌써 내년 이맘때를 향한다. CNN의 권위에 흠집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주식투자자들이 증권담당 기자들로부터 가장 듣고 싶어하는 소리가 있다고 한다. 특정 종목을 콕 찍어 "이걸 사세요" 하는 말이란다. 그러나 CNN 머니처럼 지면이나 방송으로 이렇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미디어는 별로 없다. 특히 국내 언론들은 이런 걸 상상하기 어렵다. 주가가 오르지 않았을 경우 책임지라며 덤벼드는 투자자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주가라는 게 워낙 요변 덩어리라 아무리 내용이 좋은 회사라 해도 주가가 그걸 다 반영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CNN은 무슨 배짱(?)으로 이런 보도를 할 수 있을까. 결국 스스로의 프로정신과 투자자들의 성숙한 자세를 믿기 때문이 아닐까.

sims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