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물 만난 고기마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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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물 만난 고기마냥 맹타를 휘두르는 그가 월간 최다 홈런과 50홈런 고지도 넘을까?” 9경기 연속 홈런에 이어 40홈런 대기록까지 세운 롯데 이대호 선수에게 야구팬들은 이런 기대감을 나타내지만 주의해야 할 표현이 있다.

크게 활약하는 모습을 ‘물 만난 고기마냥’이라고 흔히 표현하지만 ‘마냥’을 ‘처럼’으로 바뤄야 한다. ‘마냥’을 모양이 서로 같거나 비슷함을 나타내는 조사로 쓰는 걸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콩나물시루 모양 꽉 찬 야구장”같이 ‘처럼’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모양’도 있지만 ‘마냥’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때의 ‘모양’은 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마냥’을 표준어로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언제까지나 줄곧(마냥 걷다), 부족함 없이 실컷(마냥 먹어 대다), 보통의 정도를 넘어 몹시(마냥 즐겁다)’란 뜻의 부사로 쓸 때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그는 소풍 전날의 아이처럼 마냥 설레었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그는 소풍 전날의 아이마냥 들떠 있었다”에서 ‘마냥’은 같은 형태를 띠고 있으나 품사도 뜻도 다르다. ‘마냥 설레었다’처럼 부사로는 쓸 수 있지만 ‘아이마냥’과 같이 조사로는 쓸 수 없다. ‘아이처럼’으로 고쳐야 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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