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비공개로 '95분 독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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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1일 비공개로 만났다고 청와대가 22일 밝혔다. 정진석 정무수석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두 분의 회동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어제(21일) 오전 11시55분부터 1시간35분 동안 진행됐다”며 “회동을 마친 뒤에는 두 분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수석은 회동 내용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가 적절할 때 (언론에) 소개해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면서 “청와대 참모들로서는 회동 내용에 대해 파악된 게 없다”고만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을 대동하지 않은 채 혼자 청와대에 들어왔다. 청와대에서도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정 수석이 영접만 했을 뿐 오찬을 겸한 회동은 배석자 없이 진행돼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언론과 통화에서 “두 분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경제 문제를 포함한 국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만 전했다. 그러면서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임을 잘 얻어 정권재창출을 해야하고, 그것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대화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회동 성사 과정에 대해 정 수석은 “20일 오후에 이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했고, 적격적으로 다음 날 회동이 이뤄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제안은 정 수석이 직접 박 전 대표를 만나 전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이와 관련, “회동이 성사될 때까지 철저히 비밀로 해주고,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가 기회를 봐서 직접 설명하겠다는 게 저쪽(박 전 대표 측)의 요구사항이었다”면서 “박 전 대표가 측근 의원들에게조차 사전에 회동 사설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로, 지난해 9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다녀온 유럽 방문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만난 지 11개월 만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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