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Anycall프로농구]KCC 추승균 "지고는 못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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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가을 어느날. 한양대 3학년생 추승균(KCC 이지스)은 장충체육관 라커룸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었다. 가을철 대학농구연맹전 결승리그에서 고려대에 역전패, 대학입학 후 첫 우승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전력상 현주엽·양희승·신기성이 버틴 고려대보다 한양대가 한 수 아래였지만 추승균은 변명을 대고 패배를 용납하는 성격이 아니다.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있을 때는 연습경기라도 지면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대곤 했다. 동료들에게서 "오버한다"는 핀잔을 받기도 했지만 이 지나친 승부욕이 때론 놀랄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추승균은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주전선수들이 5반칙으로 물러난 후반 막판 기용돼 귀중한 협력수비를 성공, 포기할 상황을 역전승으로 바꾼 주역이다.

이 승부욕 강한 추승균이 최근 패배의 아픔을 곱씹고 있다. 23일 현재 KCC는 8승17패로 공동 꼴찌다. 프로 진출 후 세차례 정규리그에서 우승했고, 두차례 챔피언에 올랐으며, 단 한차례도 플레이오프에 탈락하지 않았고, 올해 우승후보 1순위였던 팀을 이끌고 있는 추승균으로서는 두배의 고통이다.

하지만 팀내 국내선수 득점 1위(16.8)이자 KBL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 중 한명인 추승균은 절대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다. 추승균은 지난 22일 SK 빅스전에서 양팀 최다인 26득점으로 팀의 2연패를 끊었다.

추승균은 "연승 한번만 걸리면 6강 진출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팀 분위기는 너무 늦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추승균은 이제 아시안게임 대표 출신 주전 선수 3명(전희철·이상민.추승균)의 호흡이 어느 정도 맞고 있으니 올라갈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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