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협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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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04년 17대 총선을 현행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로 치르자는 논의가 23일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선거구당 한명씩을 뽑는 현행 제도를 바꿔 선거구의 범위를 넓힌 뒤 2∼4명(중선거구제)이나 5명 이상(대선거구제)을 선출하면 지역별로 한 정당이 당선자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다. 불을 지핀 사람은 노무현 당선자다.

盧당선자는 이날 민주당 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중·대선거구 문제를 정치권과 협상해야 한다고 대선 전에 말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를 통해 2004년 총선에서 지역 편중성을 극복하고 과반을 점한 정당이나 정당연합에 국무총리(지명권)를 넘기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다음 총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느냐에 따라 민주당이 명실공히 집권당이 될 수도 있고, 프랑스식 동거정부(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른 정부)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측은 "영남에서도 민주당 당선자가 나올 수 있고, 호남에서도 한나라당이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며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기류는 미묘하다. 우선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찬성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선거 완전공영제를 도입하고 중·대선거구제를 검토해야 한다"(崔秉烈의원)라거나 "지역감정과 돈정치를 없애고 소신정치를 위해 바람직하다"(洪準杓의원)는 의견들이다.

그러나 다른 영남 출신 의원은 "대선 투표 양상이 재연되면 호남은 민주당 독식, 영남은 한나라당·민주당 나눠먹기가 될 것"이라며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 소장파 의원도 "동거정부를 미끼로 한나라당을 유인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승욱·김정하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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