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소비'넘어'착한 투자' 이뤄져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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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호 20면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만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적잖은 성과를 냈다. 350여 개의 인증된 사회적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대자동차·SK·포스코 같은 대기업도 직접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형·부산형 예비 사회적 기업이 지정되는가 하면, 기초자치단체도 조례를 제정하는 등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 사회적 기업은 확산 추세다. 영국에만 6만여 개가 있고, 유럽 15개국의 경우 900만 명의 일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과 늘어나는 복지비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로 성숙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정착하려면

사회적 기업은 돈이 되지 않아 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영역과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활동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문제 해결’의 혁신적 창조자로서의 활동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부푼 꿈의 청사진으로 출발한 벤처기업의 실패가 그러하듯 사회적 목적이라는 선한 뜻으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의 성공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우리는 봉사와 사회공헌 문화가 보편화되고 탄탄한 지원책이 마련된 서구사회와 다르다. 우리 사회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감안하면 세제에서부터 자금· 경영지원과 역량 강화에 이르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우선 필요한 것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와 동참이다.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기꺼이 구매하려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기업들만의 세계에 머무르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사회적 기업의 제품 속에는 경쟁에서 소외된 이들의 의지와 희망이 들어 있는 만큼 그들의 제품을 기꺼이 구매하려는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의 육성도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자본주의의 꽃인 증권시장이 있었기에 오늘의 세계적인 대기업이 가능했음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투명한 성과에 따라 자금이 흘러가는 자본시장의 육성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옥석이 가려질 수 있으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경쟁과 투자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사회적 기업가의 육성이다. 사회적 기업은 지역에 근거한 조그만 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인 평균도 20~30명을 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 성과는 경영자의 역량에 좌우된다. 그러므로 유능한 경영자의 존재는 사회적 기업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비전과 전략, 마케팅과 회계 등과 같이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고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사회적 기업가를 키워야만 한다. 그들의 ‘고기 잡는 법’이 세련될수록 사회적 기업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외환위기의 극복에서 뿌려진 사회적 기업의 씨앗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 싹이 트고 있지만, 사회적 기업은 한때의 패션이 아니라 200년의 역사를 가진 경제와 사회 진화의 산물이다. '함께 가지 않으면 멀리 가지 못한다'는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지역사회를 위한 ‘착한 기업’인 사회적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비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사회적 기업을 바라보아야 한다. '착한 소비'를 넘어 '착한 투자'라는 인식과 정성이 필요하다. 소통과 참여의 가치가 더 높아가는 우리 사회도 이제 사회적 기업의 목소리를 그들만의 외침으로 두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그들의 외침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메아리와 합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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