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떨지마세요 人事는 과학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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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이번엔 될까 밀릴까

싱숭생숭

한겨울보다 매서운

인사철 추위

그러나 그들이

힘주어 하는 말

"잠깐 잘보이고

잠깐 밉보인다고

그게 반영된다면

회사가 큰일나죠."

인사철이 다가왔다. 이맘때가 되면 회사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직장마다 인사고과와 승진인사를 둘러싸고 술렁이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밀려날지 혹은 발탁인사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게 될지 샐러리맨들은 노심초사한다. "인사 앞에 장사(壯士)가 없다"는 얘기가 새삼 실감나는 때다. 연말이면 직장인들은 물론 그들의 가족과 친지들까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만큼 직장사회에서 인사는 최고의 관심사다. 잘되면 직장에 활력을 주지만 잘못되면 조직을 헝클어 뜨린다. 그래서 말도 많은 인사. '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대기업 인사부서의 베테랑 인사팀장 세명이 모였다. 평소엔 한결같이 인사에 얽힌 얘기를 가슴에 묻어놓고 지내던 이들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직장인들의 오해를 풀겠다면서 이날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인사전문가들의 입을 통해서 직장의 인사풍속도를 들여다 봤다.

# 인사 문제에 대해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는.

▶이종구 팀장=일부 직장인은 자기가 속한 부서장에게만 잘 보이면 좋은 인사고과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요즘 대세는 동료나 후배들까지 평가에 참여시켜 피평가자의 업무 협조관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평가해 결과를 도출하는 다면평가가이기 때문이다.

▶이광수 팀장=인사권한이 직속상사나 소속 부서장보다 인사부에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과거 일사불란함과 속도있는 일처리가 중요시되었던 시절에는 인사부에서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챙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사업본부제 운영을 비롯해 책임경영이 정착된 오늘날 인사부서의 기능은 정책 조언과 비전 제시를 위한 큰 틀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윤식 팀장=인사업무가 과학적이기보다 인간관계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흔한 오해에 속한다. 인사 관련 업무가 과학적인 분석기법을 통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집행된다는 것을 아는 직원이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 이런 직장인이 성공한다.

▶이종구=회사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명확히 이해해 이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업무를 수행할 줄 아는 직장인이 성공한다. 또 그러한 능력을 갖고 있거나 기르려 하는 직장인을 회사는 선호한다. 그 뿐 아니라 소신있고 솔직한 태도도 중요하다. 최근 신입사원 인터뷰 도중 한 여학생이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으니 가능하면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면접을 끝내줄 수 없느냐고 말했다. 예의에 어긋나고 건방진 태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본인의 기대치를 용감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자질을 높이 평가해 합격시켰다.

▶이광수=성공한 직장인이란 자기 일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하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성공할 수 있는 직장인이라고 본다. 또한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 책임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 국제적인 감각과 실력을 갖춘 사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회사는 선호한다.

▶이윤식=유연한 사고를 지닌 사람이 성공한다. 상급자는 명령과 결재만을, 하급자는 시키는 일만 하는 조직은 상급자의 틀 속에서 맴돌 뿐이다.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함께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직장 내에서는 물론이고 다방면에 프로가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 회사가 꺼리는 직장인은.

▶이종구=조직에 기여하는 일을 수행하지 못하는 직장인이다. 특히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기는 커녕 불만만 내세우는 사람, 회사의 가치관과 기업문화에 어긋나는 방법이나 행동양식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과는 같이 일하기 어렵다. 우리회사는 도덕적이나 윤리적으로 아주 높은 잣대를 요구한다. 일시적인 사업성과가 높더라도 도덕적으로 정당성이 결여되면 그 책임자는 회사와 함께 일할 수 없다.

▶이광수=우선 매사에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이런 부류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나 회사를 탓하는 성향이 짙다. 또 공사(公私)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들 수 있다. 정당한 대가 이상을 바라고, 개인적인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기는 그런 유형이다.

▶이윤식=자기계발에 인색한 사람도 문제다.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은 실패한 직장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 인사담당자로서의 애로는.

▶이종구=객관적인 잣대 마련이 가장 어렵다. 특히 서양의 이질적인 문화에서 성립된 평가기준과 제도를 도입해 국내에 적용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평가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 부족으로 초기에 여러 불만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별 문제가 없다.

▶이광수=고과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다양한 평가자의 시각과 관점의 편차를 줄이는 작업이다. 지속적인 평가자 교육만이 해결책이지만 사실 평가자를 한 곳에 모아 훈련시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인사 담당자로서는 구조조정 때문에 동료들을 회사에서 내보내는 일을 맡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버겁고 스트레스를 감내하기 힘든 일이다.

▶이윤식=사람이 사람을 평가해 객관화·정량화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수년 전 각 기업에서 구조조정의 한파가 한참일 때 우스갯소리로 인사담당자의 전화를 가장 무서워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땐 저승사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일부 직원들은 인사담당자는 현업에서 일하는 직원들과는 괴리된 사고를 가지고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시각이 부담스럽다.

# 우리회사 인사의 특징은.

▶이종구=철저히 업적결과에 따라 인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개인의 능력과 업무실적을 평가해 탁월한 업적의 사원, 우수한 사원 그리고 기대치이하의 사원을 가려 급여 및 승진에 확연한 차별을 두고 보상하게 된다. 예를들면 같은직급에서 최고 50%의 급여차이가 날 수 있고 최우수 고과자에겐 초고속 승진을 보장하고 해외근무 기회를 주게된다. 회사는 앞으로 한국에서 키워진 인물이 세계 어디에 가서도 본인의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지원하는데 역점을 두려한다.

▶이광수=최근의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와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은 인사 패러다임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는 인사평가면에서 '개개인이 회사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업무결과와 업무수행과정에서 발휘되고 있는 역량을 측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 개개인의 자질이나 업무상 장단점까지 광범위하게 측정한다. 인사평가를 통해 나타난 결과는 일상적인 인사관리에 활용되지만 개개인에 그 결과를 알려 자기반성과 자기계발의 자료로 제공한다. 현재 인사정책과 관련해 회사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회사의 장래를 책임지게 될 역량 있는 핵심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이다.

▶이윤식=회사의 인사평가는 각 사업본부의 매년 경영실적 및 개인의 업적을 평가해서 반영하는 부분과 개인의 능력과 태도를 평가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탁월한 업적을 보여 회사 발전에 기여한 우수인력에 대해서는 통상 각 직급별 4년차에 도달해야 승격할 수 있는 제도와는 별개로 직급 년차에 관계없이 발탁인사제도를 활용해 핵심역량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 회사 역시 인사부문의 화두는 핵심인재의 발굴과 육성이다.

정리=유권하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khyou@joongang.co.kr

GOOD

1. 회사가 뭘 원하는지 아는 사람

2. 스스로 능력을 키우는 사람

3.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

4. 창의적 사고를 가진 사람

BAD

1. 주어진 업무 처리에 미숙

2. 결정된 일에 불만 가득한 사람

3. 자기 계발에 게으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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