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협상 안해"… 일부선 "빨리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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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의 영변 원자로 봉인 제거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점차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일본은 물론 중국·러시아·유럽연합(EU)을 동원한 총체적 외교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북한이 물러서기는커녕 강공(强攻)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봉인 제거는 우라늄 농축 시인과 핵시설 재가동 천명에 이은 북한의 세번째 강공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소식을 접한 미 정부는 일단 '경고·원상회복 촉구'라는 원론적 대응을 했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북핵 문제를 군사적 방법이 아닌 외교적 방안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어 원상회복 촉구 외의 강경대응은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북한과의 직접협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북한이 벼랑끝 전술의 강도를 높여도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는 한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방침은 현재로서는 매우 완강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미국내 일부 유력 의원과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앞으로 한국이 대북 유화정책을 계속 쓸 경우 미국은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면서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 것을 요구하는 盧당선자는 북·미 간 의사소통의 유일한 연결수단이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동안 북한은 안보 문제에서 한국을 따돌리고 북·미 관계로만 접근했고, 미국도 자국의 이익과 안전의 관점에서만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제한돼 왔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도 20일자 칼럼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방법을 동원하거나 경제제재·고립화 정책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협상"이라면서 "대화는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김진·이효준 특파원

jinji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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