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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최우선이다] 5.<끝> 일자리 창출 전문가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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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국가경영전략연구원 포럼은 21일 중앙일보 대회의실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었다. 조용철 기자

중앙일보 경제연구소(JERI)와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포럼은 '일자리가 최우선이다' 시리즈를 끝내며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고실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떨쳐버릴 수 없는 단계에 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정책의 초점을 일자리 문제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먼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본 메커니즘으로서 경제성장에 대해 얘기해보자.

▶박원암=지금 우리 경제의 문제는 양극화다. 저성장뿐 아니라 경제 간 연결,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결 고리가 끊어졌다. 경제 성장이 대기업 위주로 되면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된 데는 정책의 유연성이 없었고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점을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경제에 '다걸기'(올인)하겠다는데 새로운 방향, 성장잠재력 확충의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김종석=현 정부는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성장과 분배가 양립한다는 '양다리 걸치기'는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의 전제인 투자 활성화는 불확실성을 없앨 때 가능하다. 일자리 창출이 목표가 됐는데 세금 거둬서 일자리 만들고 일을 쪼개서 일자리 만드는 것은 문제다.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

▶사회=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사관계나 노동시장 규제 가운데 개선돼야 할 것은 무엇인가.

▶조준모=대기업이 파업하면 고임금의 비용이 하도급 업체로 전가돼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감소시킨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파업이 너무 잦다. 노사관계도 국제 시장에서 상대주의가 중요하다. 일본.말레이시아는 외환위기 이후 노사관계가 협력 구도로 변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적대적이다. 이러한 상대적 위치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선명성 경쟁은 잦은 파업으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 노사관계의 파행을 막기 위해 양대 노총은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창용=노동 수요만으로 일자리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대기업은 글로벌 시장에 맞는 인력을 필요로 한다.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력도 해외의 싼 임금과 경쟁해야 한다. 정부는 양질의 노동력 수출에 힘써야 한다. 영리기관이 대학을 운영하도록 허용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또 노동공급의 국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유럽의 경우 통합 이후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인력은 취업이 잘 되지만 국수주의적인 나라는 실업자가 많다.

▶사회=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서도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는데.

▶조영삼=정부는 장기 관점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추진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노출돼 있는 만큼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과는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금재호=자영업자 지원 기구를 하나로 통합시켜야 한다. 내수 침체로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들이 정책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자영업자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정책은 소비 진작이다.

▶사회=반기업 정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조성봉=대기업 경쟁 정책은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력 집중 억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가속기를 안 밟느냐고 야단치는 게 문제다. 외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도 좋다. 문제는 역차별이다. 재정경제부에서 국내 대기업을 보호하려는 것 같은데 쪽박이나 깨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 투자를 촉진하려면 투자에 대한 재산권 확보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권영준=반기업 정서란 말을 더 이상 쓰지 말자. 대기업 집단이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학자나 언론이 지적을 해야 한다.

▶사회=서비스 산업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큰 데.

▶김종일=1990년대 초반 제조업에서 방출된 인력이 생계형 서비스업에 몰려 있다. 장기적으로 서비스 산업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정부 규제를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시장의 자율 규제에 맡기고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

▶함준호=금융은 자체 고용 효과도 크고 법률.회계.정보기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에 대해 파급효과가 큰 전략산업이다. 유망 벤처 및 중소기업을 골라 지원하는 기능도 금융이 담당한다. 금융 발전의 요체는 개방과 경쟁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면 제도를 시장친화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수익성 원칙을 확실히 해야 한다. 금융통합법도 사전규제를 완화하되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기승=무엇보다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 서비스업의 고용흡수력이 제조업의 세 배다. 서비스업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금재호=현재의 고용 서비스에 참여하는 인력과 조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고 자산가치를 키워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

▶사회=70년대 이후 '저성장 고실업 병'을 앓았던 유럽에서 얻을 교훈은.

▶황신준=서유럽 복지국가들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하지 않는 복지체제, 조절기능을 상실한 노동시장이 문제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통스러운 시스템 개혁을 추진해 성공했으나 독일과 프랑스는 노조와 좌파정당의 저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세계 경제여건의 변화에 적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신산업으로의 구조 개편에 적극 동참하고 일자리 유출을 막아야 한다. 국가 자원이 지식과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는데 최우선으로 흘러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추진력을 갖는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정리=이영렬 기자

정리=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 참석자 =▶ 권영준 경희대 교수 ▶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 연구센터 소장 ▶ 김기승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 팀장 ▶ 김종석 홍익대 교수 ▶ 김종일 동국대 교수 ▶ 박원암 홍익대 교수 ▶ 이창용 서울대 교수 ▶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조준모 숭실대 교수 ▶ 함준호 연세대 교수 ▶ 황신준 상지대 교수

◆ 사회=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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