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 건립 갈등 미국 전역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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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9·11 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 옆에 이슬람사원(모스크)을 건립하는 문제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백악관을 포함한 모든 정치세력들이 대결장에 나서는가 하면 타 지역의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도 새롭게 불거지고 있다. 9·11 9주기를 앞두고 금기시됐던 종교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미국 사회 전체가 소용돌이 속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확산하는 사원 건립 논란=오바마의 그라운드 제로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옹호 발언이 미 전역의 이슬람사원 건립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테메쿨라에서는 연면적 2300㎡ 규모의 이슬람센터 건립 계획으로 지역 여론이 양분되고 있다. 이 지역 침례교 목사인 윌리엄 렌치는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테메쿨라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여론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테네시주 머프리스버러와 위스콘신주 시보이건의 이슬람센터 건립 계획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그라운드 제로 인근 외에 뉴욕시 브루클린과 스테이튼섬의 이슬람사원 건립 계획도 논란에 휩싸였다.

◆백악관 “오바마는 기독교인”=이런 가운데 백악관 빌 버튼 부대변인은 19일 “대부분의 미국인은 경제 문제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해 더 염려하고 있을 뿐 대통령의 종교가 무엇인지에 관한 뉴스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확실히 기독교인이며,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새삼스레 오바마의 종교를 밝힌 것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의 종교에 대한 미국인의 오해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가 18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0명의 응답자 중 18%가 오바마를 이슬람교인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3월 조사 때보다 7%포인트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반해 오바마가 기독교도라고 답한 사람은 34%로, 2009년 1월 취임 때(약 50%)보다 줄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오바마가 이슬람교도라는 답변이 24%에 달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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