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DJ 득표율 2배 李 당초 목표 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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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영남권 득표율은 1997년 15대 대선에 비해 높았다. 주요 전략지구였던 부산에서 득표율이 53.3%에서 66.7%로 상승한 것을 비롯해 대구 72.7%→77.8%, 경북 61.9%→73.5%, 경남 55.1%→67.5% 등을 기록했다.

부산에서 李후보의 득표율은 중구(70.5%)·서구(70.0%)에서 가장 높았고 사상구(62.3%)에서 가장 낮았다. 盧당선자는 지난 16대 총선 때 출마했던 북구(33.8%)·강서구(34.3%)를 비롯, 사상구(34.3%)·영도구(32.9%) 등지에서 자신의 평균 득표율(29.9%)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초 한나라당은 부산에서 李후보 득표율 목표치를 65%대로 잡고 盧당선자는 30%대 미만으로 묶어둔다는 목표를 세웠던 만큼 부산에서 '노풍(盧風)잡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경남에서 盧당선자의 득표율은 27.1%로 부산에서보다 약간 낮았다. 그는 고향인 김해에서 39.7%로 영남권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비롯, 부산과 인접한 양산(32.0%)·거제(30.4%)에서 30%를 상회하는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진주(75%)·합천(74.6%) 등 서부 경남에선 李후보가 70%대를 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에 李후보가 대구에서 기록한 77.8%의 득표율은 이 지역에서 자신의 15대 때 득표율은 물론 13대 대선 때 노태우(盧泰愚)후보의 70.7%, 14대 때 김영삼(金泳三)후보의 59.5%보다 훨씬 높다. 경북지역도 마찬가지다.

선거운동 기간 한나라당은 대외적으로 TK(대구·경북)지역의 목표치를 80%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론 75%만 달성하면 성공작이라고 내다봤었다. 李후보는 상주(78.1%)·문경(77.9%)·김천(77.7%) 등 경북 내륙지방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盧당선자는 울진(28.5%)·영양(27.5%) 등 동부 지역에서 선전했다.

李후보는 울산에서 영남권 평균을 밑도는 52.9%의 비교적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盧후보는 35.3%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형 사업장이 많아 노조 활동이 활발하고 비영남 유권자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후보는 이 곳에서 11.4%라는 전국 최고 득표율을 거뒀다. 특히 울산은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높던 곳인데 선거 막판 鄭대표가 盧당선자 지지를 철회한 게 표심(票心)에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남권을 종합할 때 李후보는 당초 목표치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영남 출신의 盧당선자도 15대 대선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영남권에서 기록했던 득표율의 두배 가량 되는 성적을 냈다. 이 때문에 영·호남 합계에서 盧당선자의 득표는 4백50만5천16표로 李후보의 4백86만9천4백62표에 근접할 수 있었다. 영·호남에서 최대한 균형을 맞춰 놓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盧당선자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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